석유 비상대책 긴급발동/가정보일러용 등유 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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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열흘이내 유가인상 결정/TV방영 단축·네온사인 규제도
정부는 17일 페만전쟁 발발에 따른 물가안정대책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을 가급적 신속히 조정키로 했다.
또 18일부터 자가용 승용차의 10부제운행,TV방송시간의 2시간 단축 등과 같은 1단계 석유소비 절약대책을 바로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노재봉 총리서리 주재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페만전쟁 발발에 따른 대응방안을 협의,이같은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페만전쟁이 어느 정도 오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1단계 석유소비 절약대책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가정보일러용 등유판매가 금지되고 대형 네온사인 사용이 전면 규제되며 TV 방영시간이 2시간 단축된다.
모든 자가용차 및 관용 승용차,관광·전세·공공기관 버스 등의 10부제 감축운행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실시하게 된다.
동자부 요청에 따라 이날 긴급 소집된 부총리 주재의 페만 특별대책위원회는 이같은 방침을 확정하고 교통·내무부 등 관계부처에 이같은 조치의 구체적인 추진을 담당토록 했다.
유가에 대해서는 휘발유 및 산업용 등 모든 유종 가격을 인상하되 전쟁상황을 보아 10일 이내에 구체적인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또 프로판·도시가스요금 등도 함께 올리고 전기료도 가정용 누진단계 확대 등 요금제도 변경과 요율인상을 단행키로 했다.
자가용차등의 10부제는 날짜에 따라 차량번호의 끝자리가 일치하는 차의 운행을 금지하는 것으로 교통순경이 이의 위반여부를 단속,위반차량에는 10만원씩의 과태료를 물리게 된다.
등유의 경우 2천K㎈이상 중대형 가정용 보일러에 대해 주유소 등에서 유조차로 배달·공급하는 것을 규제하게 된다.
그러나 2천K㎈이하로 등유전용인 소형 보일러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씩을 할당,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한번에 40ℓ씩 판매되는 취사용 연료공급은 평상시대로 계속된다.
동자부는 이와 함께 전쟁상황의 악화에 대비,2단계 수급관리 조치로 가정·업무용 전력에 대한 하루 2시간씩의 제한송전과 자가용차에 대한 차적지별 휘발유쿠퐁제(하루 4.7ℓ 공급) 실시도 준비하고 있다.
건설부는 중동지역에 나가있는 해외건설업체들에 대해 현장인원을 전원 안전지역으로 즉시 철수시키는 한편 현장과 서울 본사와의 24시간 연락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이와 함께 신규공사는 수주하지 말 것도 지시했다.
국내 금융계는 중동의 개전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중동전쟁이 국제금융 및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특히 6대 시중은행은 이라크·쿠웨이트 은행들이 7천7백만달러에 이르는 우리 업체의 수출대금을 결제해 주지 않아 돈을 못받고 있는데 전쟁이 확산될 경우 다른 지역의 은행들에까지 이같은 「신용위기」가 빚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계는 전쟁으로 국내 건설 및 무역업계가 피해를 볼 경우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업체에 대해 특별 금융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에 22명의 근로자·직원을 남겨놓고 있는 현대건설은 이들을 요르단 또는 이란을 경유,귀국시키기로 하고 양국 정부에 입국비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한편 이라크 국경지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지역에 3백21명의 근로자·직원이 남아 있는 삼성종건·극동건설·현대건설·대림산업·유원건설·신화건설 등은 확전에 대비,이들을 안전지대인 리야드로 일단 대피시킨 뒤 귀국시킬 계획이다.
삼성물산·(주)대우 등 종합상사들은 17일 오전 회사별로 일제히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그동안 짜놓은 각종 가상시나리오의 실행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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