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 극복,비상한 각오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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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이 결의한 무력사용 시한은 결국 최악의 상황속에 지나갔다. 이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쟁이 필연적으로 몰고 올 살상과 국제관계의 악화를 사담 후세인이 직시하고 전세계의 여론에 따라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전면철수를 하는 것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전개로 봐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구체적 증좌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는 하나의 희미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후세인이 D데이를 넘긴 후 2,3일 후에 일방적으로 쿠웨이트 철수를 발표하고 이를 계기로 유엔·아랍권 또는 유럽국가들이 나서서 미국과 이라크가 최소한의 체면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치상태를 점진적으로 완화시키는 길이다.
후세인이 그런 길을 택할 가능성은 자국국민과 아랍세계에 대해 미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고 호언하면서 자국의 초토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가능성은 지푸라기 만큼이나 가냘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현실인식 아래 우리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 전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견뎌나가는 철저한 위기의식과 대응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연초부터 준비하고 있는 정부의 비상체제가 설정한 단계적 대응방안은 주로 에너지 절약방안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다. 자동차운행 억제·유흥업소 영업시간 제한·유류배급제 등등 3단계의 정부방안을 보며 느끼는 것은 좀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쉽다는 점이다.
적어도 최악의 상태를 상정하여 에너지뿐 아니라 석유화학자원을 비롯한 원자재의 수급과 절약대책,예견되는 수출부진에 따른 무역적자의 관리 이에 따른 경제운영계획의 수정 등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 이러한 대책이 탁상의 계획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페르시아만이 안정될 때까지 곧장 실행에 옮겨야 될 것이다.
페만 사태는 지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우리 앞마당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공포에 휩싸여 우왕좌왕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이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그리고 국민들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75%의 원유공급을 중동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전국민적 노력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을 미리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믿는다.
정부가 검토중인 에너지절약 방안에도 국민들이 적극 호응해야겠지만 과거 저유가시대의 방만한 소비행태도 고쳐야 한다. 유흥업소 네온사인의 낭비를 억제하고 자가용 나들이를 삼가며 실내온도를 최소한으로 낮추는 등의 노력도 자발적으로 펴나가는 한편 최악의 경우 유류배급제도 각오할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페만전쟁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능력과 지혜를 시험하게 될 것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고비를 맞은 우리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 들 것이라는 위기감을 모두가 자각하고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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