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전운 안방까지 엄습/금값 뛰고 기름사기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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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형 라디오·TV도 “불티”/식량·생필품 등은 사재기 없어
페르시아만을 덮고 있는 중동의 전운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성급한 시민들은 기름 등의 사재기에 나서는가 하면 소형트랜지스터 라디오·TV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금값이 크게 오른데다 서점가에서는 「종말론」등 예언집이 잘 팔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이라크에 진출했던 현대·삼성 등 건설업체들은 근로자들의 안전철수를 위해 비상근무 체제를 갖추는 등 전운의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쌀·라면 등 주요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현상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 비교적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사재기=세운상가 가동 관리사무소장 김용본씨(56)는 『소형라디오와 소형TV를 찾는 손님과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소형라디오의 경우 가동 3백여 점포에서 하루 50여대가 팔리던 것이 요즘은 2배를 훨씬 넘는 1백여대가 팔리고 있으며 문의 전화도 하루에 수십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현동 웅변철물점 주인 박범재씨(34)는 『한통에 2천5백원하는 석유통을 찾는 사람이 전보다 훨씬 늘어 7∼8명에 이른다』며 『도매상으로부터 배달도 잘 안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대원주유소에서는 기름사재기로 석유는 재고가 바닥이 났으며 경유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다.
◇금값 폭등=수입금괴를 판매하는 (주)선경 비철금속팀에 따르면 10월말까지 100g 기준으로 1백19만1천3백원하던 금괴값이 최근 페만 사태와 관련,국제 금시세가 폭등하면서 1백31만5천6백원으로 10% 이상 올랐으나 시중매장에서는 재고가 달려 판매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 금은방의 순금 1돈(3.75g) 소매가격도 최근 1개월사이 3만6천5백원에서 4만5백원으로 10% 이상 인상됐지만 금은방에서 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
일부 금은방업자들은 금값이 계속 오를 것을 예상,금을 내놓지조차 않고 있고 『일찍 귀가해야 한다』는 등의 핑계로 판매를 거부해 혼수를 장만하려는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럭키금속 정경채씨(33·순금영업팀)은 『런던금시장의 국제시세가 15일에는 온스당 4백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대폭적인 금값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이라크내에 근로자 37명이 남아있는 현대건설측은 15일 오전 요르단측의 입국거부사실을 확인한 후 바그다드 현지 대책본부(본부장 김종윤이사)를 중심으로 이란을 통한 육로탈출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종말론=종로서적측에 따르면 최근 1주일사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최후의 날』『종말론Ⅰ,Ⅱ』『개혁주의 종말론』 등의 서적이 하루 각각 10여권이상 팔리는 등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종로서적 김인철씨(26)는 『페만사태 이후 종말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친구까지 데려와 예언서를 소개하는 등 예언집 판매량이 평소보다 3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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