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희박한 확률은? 여당 재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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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사는 시대가 됐다. 개그맨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머가 사회 생활의 윤활유이자 기업 최고경영자(CEO)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토대가 되고 있다. 직장인의 생존전략이라는 거창한 수사에서 취업생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최근 전국 강연을 도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청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생활밀착형 유머를 준비하기 바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모임을 위한 '2차용' 회식주도문화는 노래와 춤이었다. 음치클리닉과 댄스전문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노래.춤의 계보를 잇는 '유머'가 대목을 맞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유머감각은 성공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착각의 한국정치

1. 열린우리당의 착각: 부자들을 못살게 굴면 중산층 이하가 다 자기들 편이 되는 줄 안다

2. 한나라당의 착각: 잘한 짓이 단 하나라도 있어서 선거에 이긴 줄 안다

3. 민주노동당의 착각: 극단적인 구호만 외치면 서민들이 다 자기편이 되는 줄 안다

4. 민주당의 착각: 지역정서에만 호소하면 자기들도 수권능력 있는 번듯한 정당으로 봐줄줄 안다

5. 국민중심당의 착각: 지역정서만 자극하면 대전 충청 민심이 거저 얻어지는 줄 안다

6. 모든 정당들의 공통적인 착각: 국민들이 아직도 바보인줄 안다

7. 국민들의 착각: 언젠가는 정치인들이 착각에서 깨어날 줄 안다

[출처:품위유머닷컴]


[그림=김회룡 기자]

◇#장면 1

증권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석민씨는 회식자리에서 '가장 희박한 확률'시리즈를 문자로 전송받았다.

시리즈1. 세상에서 두번째로 긴 시간 ? 억겁시간 (1겁은 달구지로 한나절 걸리는 거리(약 14km)만한 크기의 바위를 선녀의 옷자락으로 100년에 한 번씩 스쳐 바위가 다 닳아 없어져도 끝나지 않는 시간) 그럼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시리즈2. 세상에서 두번째로 희박한 확률 ?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 그럼 세상에서 가장 희박한 확률은? 정부 여당 재집권 확률. 이씨는 실시간으로 전송된 유머로 회식자리의 경직된 상황을 살리고 단번에 분위기메이커가 됐다.

'가장 희박한 확률'은 '품위유머닷컴(이상준대표)'에 올라와 있는 '정치.시사'유머다. 이 사이트에는 매일 2-3개의 유머가 새롭게 업데이트된다. 2일 현재 품위유머 닷컴의 고객은 2000여명. 이들은 모두 1년 회비 15만원씩을 내는 유료회원들이다. 다소 비싼(?) 댓가를 치루고 사회 트렌드가 반영된 유머를 구입하는 것. 각 업계의 '만담꾼' 이창배 사장(롯데건설), 황영기(우리은행장), 김신배(SKT 사장), 오세훈(서울시장), 신창재(교보생명 회장) 등 각 업계의 CEO가 '만담꾼'으로 바뀌게 된 계기다. 이들 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의 수도 점차 늘어 상당부분 차지한다.

◇#장면2

"어느날 피아노 선생님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치라고 했는데 어떤 아이가 자꾸만 '미'만 치는거예요. 화가 난 선생님이 뭐라고 했을까요. 정답은 '미친놈 나와'. 또하나 있어요. 선생님이 오늘 '칠판 청소가 왜 안됐어? 오늘 주번 누구야?' 라고 말했더니 사오정이 나왔어요. 선생님이 '네가 주번이야?' 라고 물었더니 사오정이 뭐라고 했을까요. '전 구번인데요'"

지난 28일 오후 4시 서울 워커힐호텔의 무궁화홀. SK텔레콤 고객센터.CRM센터의 우수구성원 330명이 한바탕 까르르 웃었다. 'SKT 2006 접점채널 우수구성원의 밤-여우夜 뭐하니' 행사 중 유머개발교육원 김진배 대표는 "똑같은 말, 즉 동음이의어 나오거나 헷갈리기 쉬운 말이 재차 나오는 경우에는 유머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되치기기법.따라하기.제스처기법.분장하기.상황기법.실전기법.체험담기법.말투기법 등 유머형 인간의 8대 기법을 덧붙였다. 그는 상황기법의 예로 "20대 부부가 눈빛이 마주쳤을땐 '밥상치워', 30대는 '밥먹고', 40대는 '밥이나 먹지', 50대는 '밥맛 떨어지게 그러지마', 60대는 '밥먹는 것도 힘들어'라는 말을 하면 분위기를 띄울 수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장면3


지난달 15일 명지대학교(용인)의 한 대강의실. 200여명이 꽉차 앉을자리조차 없는 강의실에서 유머경영연구소 양내윤 소장은 '유쾌한 성공법, 즐거운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강연을 펼쳤다. 강연 후 새내기 1학년부터 취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 학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참석한 한 학생은 "취직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면접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제대로 된 유머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최고경영자(CEO) 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 채용 시 '유머가 풍부한 사람을 눈여겨본다'고 응답한 비율이 50.9%로 절반 이상이었다는 자료는 이를 방증한 셈이다. 취업의 가장 마지막 관문인 1대1 면접, 압박.토론면접 이후 가벼운 재치 입담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채용담당자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머물수 있는 한 방법이고 효과적인 커뮤니테이션의 완성이 되는 것이다.

◇'유머 노하우'잇따라 출간

출판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판된 유머와 웃음 관련서적은 100여종에 달한다. 광화문 교보문고엔 '깔깔깔 강의유머 기법', ' 유쾌한 유머(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명품 유머의 창조 비결', '김진배의 매직 유머 화술', '골프유머 501' 등 유머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다. 직접 '유머를 가르치는' 업체들의 스케줄도 빡빡하다. 김진배 대표는 이미 내년 2월초까지의 강의가 예정돼 있다. 학교.기업체.시민단체.문화센터 등 한 달에 강의 요청만 20 ̄30회를 받는다. 한국웃음연구소, 품위유머닷컴, 유머경영연구소, 유머개발교육원 등도 역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유머를 배우지 못한다.

수요가 팽창하다보니 유머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곳도 생겼다. 국내 최초로 명지대 특수대학원은 2006년 2학기부터 '웃음&유머치료'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현재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일하는 웃음치료사, 행사나 이벤트 진행자, 펀(FUN)경영 전문강사 등 7명의 학생들이 '사사'를 받고 있다. 육군 6사단이 '웃음 수련'을 도입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웃겨야 사는 시대


'유머의 대유행'은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불을 넘으면서 '잘사는' 웰빙의 연장선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유머는 인간관계의 '마스터키'로 '건강.행복.돈'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진배 대표는 "1만불이 안됐을 땐 산업화.편견과 권위.상명하복.유교 등 억압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수반된 즐거움을 원하는 시대가 됐다"며 "한 번의 웃음은 어색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려 비즈니스와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이른 '유머 경영'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다"고 덧붙였다. 미래형 성공학은 유머러스한 사람의 앞마당이라는 것이다.

'품위유머닷컴'의 이상준대표는 "인간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긴장감을 유머로써 나를 낮추고 상대방에게 우월감을 심어줘 친근감까지 안겨줄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남에게 얼마나 재미있게 전달하는가 하는 표현력이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취업에서도 이제는 '유머'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마다 풍부한 유머로 무장한 사람이 조직 적응력이나 업무성취도가 뛰어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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