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냉온장고·PC CPU 냉각기…열전소자 활용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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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PC를 사용하다 보면 본체가 후끈거릴 정도로 열이 많이 난다. PC 뿐 아니라 전자기기는 열에 약하다. 그래서 전자기기 겉면에는 열이 빠져 나갈 수 있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며, 한 귀퉁이에는 송풍기가 달려 있다. PC 성능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같은 단순한 방열장치에 만족하지 않고 특별한 냉각 장치를 사용한다. 신용카드의 4분의1 크기의 얇은 열전소자를 마이크로프로세서 위에 장착하는 것이다.

열전소자는 냉매나 압축기 없이 전기만 연결하면 한쪽면에서는 냉각, 그 반대면에서는 열이 나는 특수 금속. 즉 한쪽면에서 열을 뺏어 냉각시키고, 그 열은 반대쪽면을 통해 방출된다. 공급하는 전기의 양극(+), 음극(-)만 바꿔주면 냉장고였던 것이 온장고로 순식간에 바뀌는 '마술'도 부리는 것이 그 특성이다. 또 정확한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전기의 극성만 바꿔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장착한 PC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가장 먼저 시원해지며, 그 덕에 안의 열이 전체적으로 올라가지 않아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게 된다.

1990년 초 국내에 들어온 열전소자는 성능 좋은 재료의 개발로 최근 그 활용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용 냉온장고, 화장품 냉장고, 와인 냉장고, 디지털 카메라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광통신.혈당측정기, 프로젝션TV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현도빈 박사는 "열전소자를 여러 층으로 겹쳐 쓰면 냉각이나 발열기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열전소자 양쪽면의 온도차가 단층의 경우엔 최고 섭씨 60~70도, 세겹의 경우 섭씨 1백10도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비스무스테롤라이드나 안티몬테롤라이드 등의 금속이 재료로 주로 쓰인다. 이를 이용해 보통 섭씨 영하 25도 정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하다.

방 벽에 집어 넣을 수 있는 폭 16㎝의 냉장고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에 유리한 것도 열전소자의 장점이다. 기존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는 압축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열전소자는 영하가 아니더라도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하는 데 아주 좋다. 냉장이든 온장이든 스위치 하나로 정확하고,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신이 일반인에게 보이게 안치된 김일성묘.호치민묘.레닌묘는 섭씨 16도 정도를 항상 유지하는데 여기에도 대형 열전소자를 쓰고 있다. 일반 냉장고용 냉장장치를 쓰지 않는 것은 온도조절 정밀도가 떨어지는 데다 소음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열전소자의 단점은 냉장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압축기 방식이 1백50~2백%인 반면, 열전소자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대형 냉장고에 열전소자를 사용하면 전기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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