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시민운동 돼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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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이비단체 등장막게 선관위 연계로
지방자치제 선거를 앞두고 국민과 정부 및 시민단체에서 이번만은 공정하고 합법적인 선거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지와 행동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민주정치의 기초단위를 구성하는 중요성을 지닌 것인 만큼 깨끗하고 공명하지 못하면 우리 정치의 기초가 무너진다는 절박한 인식은 이미 국민의 합의가 돼 있다.
이에 부응해서 각종 사회·종교·소비자·여성단체들이 공명선거를 위한 시민운동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은 전례 없이 강경한 자세로 사전선거운동 등 불법행위에 임하는 인상이다.
특히 검찰이 유인물 배포와 금품살포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여당 당원을 포함한 3명을 14일 전격 구속한 사실은 이번 선거를 여느 때와는 달리 공명하게 치르겠다는 행정부측 결의의 일단으로 보여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미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는 각종 형태의 불법·사전선거운동을 과거처럼 엄포로만 다스리려고 든다면 종내는 선거 자체가 불법·타락으로 끝나고 마는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런 작태는 초반부터 엄정히,그리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다스려 그 싹부터 잘라내 버리는 결단을 검찰에 기대하며 당부해마지 않는다.
각종 사회단체들이 앞장서고 나선 공명선거를 위한 시민운동도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거란 결국 유권자인 국민 각자의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정치현실을 그르치게 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그런 정치인을 대변자로 선출한 국민 각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자치제 선거부터는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 내자는 각성은 바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이다. 올바른 판단과 사심없는 투표행위를 위한 시민운동은 그래서 매우 절실하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무절제한 시민운동이 마구 쏟아져 나오면 선거 자체를 오히려 혼란으로 오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질서있고 체계적인 운동이 못되고 각 단체에 제멋대로 중구난방식 시민운동을 벌인다면 입후보자의 선거운동 열기에 운동단체의 캠페인 열풍이 겹쳐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없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는 사이비 단체의 준동을 경계하는 일이다. 개중에는 공명선거를 가면으로 내세우고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타 후보를 비방하거나 중상·음해하는 왜곡된 시민운동단체가 설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운동 자체가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받아 선거풍토는 더욱 암담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단체의 시민운동은 선거관리위의 감시와 계도의 지침에 따르고 질서와 체계를 갖춰야만 목적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우리는 믿는다. 운동단체들의 활동은 선관위와의 연계아래 선관위의 공명선거 활동을 보완하는 자원봉사활동의 성격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효과적인 시민운동을 위해서는 운동단체 끼리의 조직적 연계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이번 선거야 말로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풍토의 전통을 창조하는 시금석이 되도록 국민은 감시와 상호 계도에 앞장서고 정부는 추상같은 법의 집행에 가차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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