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삶을 향한 질문에 「새로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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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춘문예라는 것은 어쨌든 제도적 관행의 하나다. 문학지망생이 공식적으로 문인이되는 입사의식의 하나로 신춘문예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이 제도를 관리하눈 사람들의 생각이 작용한다. 신문의 성격, 심사자의 성향, 당대의 정치적 분위기, 기왕의문학적 경향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때로는 변수로, 때로는 항수로 제도를 관리하는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작용한다. 그래서 신춘문예 당선 작들은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과 함께 제도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다는 측면도가지고 있다.
필자가 이번에 읽어본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강금희씨의 『천국에서의 하루』(중앙일보), 정윤우씨의 『아내의 행방불명에 관하여』(동아일보), 최임순씨의 『외출』(조선일보), 윤명체씨의 『개마고원』(한국일보), 김찬기 씨의 『애기소나무』(세계일보)등이다. 그리고 이작품들이다루고 있는 세계는 일상적인 삶 혹은 실존적인 삶의문제(강금희·정윤우), 개인속에 스며든 사회·정치걱인 삶의 문제(최임순·김찬기),기술의 진보가 가져을 전체주의적인 고도 정보관리 사회의 문제(윤명제)로 구분될수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가 예심과 본심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작품들인 만큼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들은 필자의 경우『와』하는 감탄을 유발하기 보다는, 전년에 비해 좀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가능성의측면으로 받아들여 졌다.
먼저 우리 신춘문예 사상처음으로 선보인『개마고원』과 같은 공상과학소설의 가능성이다. 이런 테마의 소설이 신춘문예에 뽑혔다는 것은 아직 우리문단에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복거일 계열의 소실영역을 정착시키며 넓혀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소설들을 통해 아직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세계지만 앞으로 충분히 만들어질 가망이 있는 이런 사회를 예견함으로써 현재의 기술적 진보가 가져올 끔찍한 재난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것이다. 현재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컴퓨터의 보급을 생각할 때 SF소설의 성격을 지닌 이작품의 발전 가능성은 대단히 큰 것이라 할수 있다.
다음으로 일상적인 삶 혹은 실존적인 삶의 문제를 깊이 있게 전착해 보인『아내의 행방불명에 관하여』와 같은 작품들이 지닌 가능성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던진 것처럼『어째서 그는 그일까. 혹은 왜 나는 나일까』하는 질문은 80년대 동안『바로 내가 나쁜 사회를 키워나가는 불건강한 종양』일지도 모른다는 도덕적 질눈앞에 한참 동안 잊혀 졌었다.이런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진 소설들이 여러편 등장했다는 것은, 거기에 설사 제도 관리자의 선호가 개입했다 할지라도 나쁜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질문이 『개마고원』과 마찬가지로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명확하고 기계척인 삶을 향학 질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개인 속에 스며든 사회·정치적인 삶을 개인이 어떻게 감당하며 균형을 잡아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다.80년대 문학이 외적으로 거리낌 없이 표출시키며 껴안고 싸워온 이 문제를 이번의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보다 내면화 시켜서 껴안고 싸우고였다. 앞의 두가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 속에서도 잔잔하게 배어 있었던 이 문제는 비단 『외출』이나 『애기소나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상은 문학인 모두가 이체는 다소간 자신의 몫으로 감당하게끔 된 문제이며 그렇게 된 것은 80년대 민족문학의 공로였었다. 이런 점에서 이 계열의 소설들은 80년대 문학의 지지와 90년대 속에서의 진부함이라는 어려운 과체와 계속 싸워야 할 것이다. 홍정선 <문학평론가·한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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