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들에도 징집명령/초긴장의 페만… 미·중동 현지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개전땐 3차대전 가능성” 카다피/미 국민 대부분 부시의 「무력공격 정책」지지/주변국 공항에 탈출 외국인 홍수… 암표 성행
유엔이 정한 이라크의 철군시한이 수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페르시아만 일대는 전쟁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요르단 등 주변지역에서는 중동을 떠나려는 외국인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항공권이 매진돼 웃돈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철군시한 D­3으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현지의 표정들을 정리한다.<편집자주>
○“유럽은 미의 식민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페르시아만 전쟁이 터질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유럽 국가들이 2차대전 이후 미국 세력의 식민지화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미 국무부의 고용원들』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젠 아무 희망없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이라크 직접회담이 결렬된 후,이제 페르시아만 전쟁은 피해나갈 희망이 거의 없는 것으로 10일 전망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CNN­TV방송과의 회견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요원하다』면서 『이젠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6%가 「강공」 긍정적
○…제네바회담이 결렬로 끝난 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부시 미 대통령의 중동사태 대처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철군하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것으로 10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일밤 제네바회담이 결렬된 뒤 5백11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ABC­TV방송과 워싱턴 포스트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 밝혀진 것으로 응답자의 86%가 이라크와 전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69%는 이 회담이전과 마찬가지의 비율로 부시 대통령의 대 페르시아만 정책을 지지했다.
○“내 아들 죽일 수 없다”
○…수천명의 미국 학부모들은 미국이 전쟁쪽으로 가고 있으며 정부는 군징집령을 다시 발동할 것이라는 우려로 자신의 아들들이 군복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전 평화단체들을 찾고 있다.
징집령이 나올 경우 징집대상자들은 10일 이내 「양심적 이유의 징집거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 소송은 사전준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레이먼드라는 20세된 외아들을 둔 매리언 머래스코는 『석유펌프에서 몇푼을 아끼기 위해 내 아들을 중동으로 보내 죽일 수는 없다』면서 이같은 징집거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계 대학생 대상
○…재미교포들 가운데 징집연령의 자녀들이 페르시아만 파병 징집명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미 정부의 특별소집령에 따라 최근 2∼3일동안 모병국으로부터 국가비상시 소집명단에 올라 있다는 통고를 받고 있다.
특히 각 대학 한국계 대학생들중 통고장을 받은 학생이 이미 상당수며 이들 통고장은 부모와 떨어져 수학할 경우 본가로 우송되고 있다.
○비행기표 구하기 혈안
○…제네바에서 있었던 미­이라크간의 최후담판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텔아비브와 암만·바레인·리야드·카이로의 공항터미널은 오는 15일 이전에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려는 수많은 외국인 학생·관광객·노동자들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다.
외국인들은 출국여객기의 표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으나 각 항공사마다 예약이 크게 초과됐으며 다급해진 일부 사람들은 5백달러의 웃돈을 내고 표를 구하고 있다.
또 이 지역에 있는 몇몇 미 회사의 간부들은 일부 노동자들이 출국했으나 이를 충원할 직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세계서 테러 일듯
○…미 국무부는 11일 이라크와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테러분자들이 전세계에서 테러를 감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여행자들에게 각별한 신변안전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미 행정부는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테러분자들이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격행위를 감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고 테러의 대상지역은 주로 중동과 유럽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미 행정부는 아프리카·아시아 및 중남미지역에서의 테러계획에 관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만 미군 개인야전 식량/사막서 3년 보존가능한 C­레이션/메뉴 20종… 한끼 열량 1,300칼로리
페르시아만에 전운이 짙어가면서 유사시 현지 미군들이 먹게될 전투식량의 내용물이 공개됐다.
미 국방부가 최근 밝힌 보급조달계획에 따르면 개전상황에서 미 병사들에게 제공될 개인 야전식량은 조리과정없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이제까지 사용돼 오던 C­레이션을 사막기후에 맞춰 새롭게 개발했다.
정량이 약 2백30g에 달하는 이 야전식은 고단백 영양식만을 골라 만든 종합식품. 메뉴는 감자·고기·버터·젤리·초컬릿 등 기본식량 10여가지에 코피·양념·껌·휴지 등까지 포함돼 총 20여종이 담겨 있다.
야전식의 한끼분이 지니고 있는 열량은 약 1천3백칼로리.
이 야전식은 고온 멸균처리된 탓에 실온에서 3년간 보존이 가능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