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승마팀 항공료 없어 13일 동안 7000km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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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족의 대이동?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승마 대표팀은 훈련지인 독일 아헨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7000㎞를 '산 넘고 물 건너' 이동했다. 선수 6명과 말 일곱 마리를 트럭 두 대에 나눠 태운 채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이탈리아를 지나 배로 그리스에 당도한 승마팀은 다시 터키로 옮겨가 시리아-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지난달 25일 카타르에 당도했다. 이들이 9개국을 거치는 동안 13일이 걸렸다. 승마 경기가 끝나면 선수단은 고국 카자흐스탄까지 약 4000㎞를 같은 방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이처럼 고난의 행군을 펼쳐야 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독일에서 도하까지 소요되는 선수단의 항공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말이 함께 경기를 치러야 하는 승마는 말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 말 한 마리를 인천공항에서 도하 인근의 두바이까지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데 약 3200만원이 든다. 같은 구간의 일등석 항공료는 약 420만원이다.

AP통신은 4일(한국시간)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국가 간 스포츠의 빈부 격차를 꼬집었다. 카자흐스탄의 볼링 선수 예브게니 쿠즈네초프는 자국 내에 변변한 볼링장이 없어 외국에서 연습해야 했고, 팔레스타인 육상 선수들은 자비로 유니폼을 사 입어야 했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여자 비치발리볼에 출전한 이라크 여자 대표팀은 해변의 모래밭이 아닌 실내의 딱딱한 바닥을 밟고 연습해 왔다.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대부분에서 사격 선수는 전원 군인과 경찰로만 이뤄져 있다. 반면 한국.중국.일본 등은 엄청난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선수들에게 고액의 우승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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