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고려 불교문화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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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삼국유사』의 산실이며 신라천년의 고찰이던 인각사의 귀중한 문화재와 불교유적지가 보호·관리소홀로 훼손돼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경북 영천시에서 서북쪽으로 16km쯤 떨어진 경북 군위군 고노면 화배리 해발2백20m의 나지막한 화산자락에 깊숙이 들어서 있는 인각사는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신라와 고려의 역사가 스민 보고.
신라27대 선덕여왕때(632∼647년)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고려 충렬왕때의 국존으로 받들여졌던 일연대선사(1206∼1289년)가『삼국유사』를 집대성한 사찰로 유명하다.
특히 이 사찰은 역시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돼 우리나라 최초로 고려대장경 초판고본을 소장했던 팔공산 부인사와 남북으로 마주하고 자리한데다 당시 9개 불교선파를 모아 문도회를 열었던 법보사찰로 일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같은 불교역사의 보고인 인각사가 낡고 퇴락해 전반적인 사찰정화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왕문은 30도 가량 기울고 기둥에 심한 균열이 생겨 도괴직전에 놓여 있으며 낡고 허물어져 기왓장이 떨어져나간 지붕에 잡초만 무성한 강설루와 요사채는 서까래가 썩고 비가 새는 바람에 천장의 누수를 막기 위해 기왓장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비닐을 깔아놓아 보기조차 흉한 모습이다.
대웅전과 명부전은 89년 국비보조 7천7백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마쳤다고는 하나 기와를 새로 입히고 단청과 방충·방염시설만 갖췄을뿐 건물전체가 워낙 낡고 퇴락해 아직도 보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보물제42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보각국사탑과 비를 비롯, 석탑·부도 등 석조유물이 곳곳아 파손된채 방치돼 있다.
고려 충렬왕21년(1295년)일연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왕명으로 세워진 보각국사탑과 비는 원래 인각사 동쪽 2km쯤 떨어진 옛 사지에 자리잡고 었었으나 20여년전 도굴범들이 무단반출 하려다 파손되는 바람에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그후 명부전 북쪽에 옮겨놓았으나 보수는커녕 비각마저 낡고 허물어져 있는 상태다.
인각사주지 신해월스님(56)은『역사적인 유적지를 너무 오랫동안 가꾸고 돌보지 않아 폐허로 변해 버렸다』며『이따끔 일연선사의 발자취를 찾아오는 학자들과 내외 관광객들을 맞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앞으로 인각사의 전반적인 보수를 위해 총 사업비 3억3천4백여만원을 들여 보각국사비의 보호각 증·개축과 대웅전 복원, 강설루와 요사채 보수, 극락전·명부전의 기단·문짝 보수, 담장설치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예산반영을 장담하지 못해 정화사업이 언제 이루어질지 요원한 실정이다.
일연은 고려 충렬왕9년(1283년)국존에 오른 고승으로 선학에 통달하고 학덕이 높았으며 인각사주지로 있을때인 충렬왕11년(1285년)신라·고구려·백제등 세 나라의 역사를 기록, 그 유명한『삼국유사』를 지었다) 【군위=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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