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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조기인사의 배경/조직정비 서둘러 경영쇄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자율경영체제 대폭 강화/관리부문보다 영업·기술직 우대
주요 대기업들이 조기 조직정비를 통한 경영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는 특히 부문별 회장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기술·영업관련 현장직을 중용하는 한편 외부인사 영입과 계열사간 이동을 최소화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경영체제를 대폭 강화시키고 있다.
대우·현대·럭키금성그룹에 이어 삼성그룹이 5일 정기인사를 단행,4대그룹의 올해 경영진 포석이 매듭지어졌다.
또 한국화약·해태·한일·고려합섬·대림산업 등도 이미 올해 인사를 마쳐 연말연시가 새로운 인사시기의 관행으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
올해 대그룹인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사시기가 예년에 비해 대폭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한국화약의 경우 지난해 2월13일에서 올해는 12월20일로,대우는 1월22일에서 12월18일로 각각 한 두달 이상씩 앞당겨졌으며 현대·해태·럭키금성그룹 등도 다음해 인사를 전년도에 마쳐 조기인사가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는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해사업을 앞당겨 시작하려는 것으로 특히 지난해의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차원보다는 앞으로의 여건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올해인사는 이와 관련,각 기업의 승진규모가 영업실적 부진에 따라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관리부문보다는 영업·기술직의 우대가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계열사간 이동규모가 현대·럭키금성은 각각 4명 이내로 최소화됐고 삼성그룹도 지난해의 34명에서 30명으로 줄어 경영의 안정성이 강조됐다.
삼성그룹은 특히 비서실 개편과 회장제 확대실시로 전문경영인에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자율경영체제를 강화시켰다.
삼성은 비서실의 임원 19명중 9명을 관계사로 내보내고 6명을 새로 받아 고급간부 위주로 소수정예화하는 한편 실장밑의 담당제를 없애 실장과 각 팀장을 바로 연결시키고 15개팀을 10개팀으로 통합조정하는 등 비서실을 대폭 개편했다.
이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회장경영 방침에 대한 실천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
이와 함께 비서실내에 부속실과 경영지도팀을 신설,비서실의 전략수행 능력을 강조하는 한편 계열사에는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했다.
삼성은 또 지난해 전자·중공업 부문에 회장제를 도입한데 이어 건설·무역·금융 부문으로 이를 확대시켰다.
이는 그룹내 주력관계사들에 부문별 회장단을 구성,보다 넓은 시야를 갖춘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경영체제를 강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그룹과 한국화약그룹 및 대우도 그룹내 부문별 회장제를 채택,90년대의 새로운 경영방식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럭키금성그룹은 ▲지난해보다 승진규모를 30명 가량 늘린 대신 전보규모는 줄였으며 ▲외부인사 영입없이 그룹 및 각사별 인사위원회의 의견수렴에 의한 내부발탁 형식으로 실시,자율경영의 폭을 넓혔다.
특히 구·허씨 등 최고경영진의 친·인척 승진자가 4명에 그쳐 전문경영체제를 중시했다.
한편 직급별로는 사장단 및 중역보다는 신임 임원 등 중간관리층이 두터워지고 기술·영업직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 특징.
삼성그룹은 부장에서 대우이사로의 신임 임원수를 89,90년의 68명 수준에서 올해는 창업이래 최대규모인 82명으로 늘렸고,현대그룹도 이사승진을 지난해 39명에서 올해는 71명으로,이사대우는 50명에서 76명으로 크게 늘렸다.
삼성은 또 신임임원중 48%가 전자·중공업 등의 엔지니어 출신이었으며 전체 승진자중 39%를 영업현장직에서 발탁했다.
한국화약도 41명의 임원승진자중 19명을 엔지니어 출신으로 선발,석유화학·기계 등의 기술부문을 보강시켰고,현대그룹도 사장승진자 2명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뤄지는 등 건설(30명) 자동차(24명) 전자(26명) 부문 등에 승진인사가 집중됐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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