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도소서 집단구타”/교도관이 재소자 30여명 마구 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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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탈옥사건후 비품 부숴 항의농성 벌이자
【전주=현석화기자】 살인죄 무기수 등 3명의 집단탈옥사건이 발생한 4일뒤 전주교도소 교도관등이 시국사범과 일반재소자 등 30여명에게 보복성 가혹행위를 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5일 전주교도소를 만기 출소한 장용광씨(26·서울 신설동·폭력죄)는 수감중인 가혹행위 피해자들로부터 민가협에 보내달라며 넘겨받은 「집단폭행을 당한 전주교도소 정치수일동」명의의 편지를 언론기관에 공개했다.
이 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오전 교도관들이 검방을 하면서 망치로 선반과 옷걸이 등을 뜯고 부수는 것을 기결1사9호에 수감돼 있던 시국사범과 미결수 등 30여명이 항의하자 교도관과 경비교도대원들이 이들을 수갑과 포승줄로 두손을 묶고 수건으로 두눈을 가린채 보안과 앞 잔디밭으로 끌고나가 군화발로 온몸을 짓밟고 걷어차는 등 3시간동안이나 집단폭행했다는 것이다.
재소자들은 발목을 포승으로 묶인채 한사람이 교도관 등 3∼4명씩으로부터 발바닥을 몽둥이로 구타당하는 고문을 당했으며 눈이 녹아 흙탕물로 범벅된 마당을 구르게하는 기합을 받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수건으로 두눈을 가린채 강제 삭발을 당했으며 50세가 넘은 장기수 1명은 이같은 집단폭행으로 몸져누웠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이같은 사태가 탈옥사건이후 교도소측이 탈옥사건관련 보도내용을 삭제한채 감방에 신문을 넣어주는데다 재소자들에게 운동과 목욕을 시키지않고 감방안의 선반·책상은 물론 일상생활용품까지 망치로 때려부수고 빼앗아 가자 재소자들이 12월30일 이의 시정을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벌인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단폭행에 항의,단식농성을 벌였으나 또 다시 보안과 사무실로 끌려가 마구 구타당한뒤 꽁꽁 묶였으며 5일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면회가 일체 금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옥 전주교도소장 직무대리는 『탈옥사건이후 감방을 점검하면서 규정에 어긋나는 비품을 뜯어내자 일부 재소자들이 반발,농성을 벌여 이들을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집단폭행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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