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분 유입 따른 균열 등 벽화 손상 대책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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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북공동조사단은 고분의 구조적 특성, 벽화 손상 정도, 온습도 변화 등을 짚어보며 고구려 벽화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 결과 현재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향후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 여러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희대 한경순(회화보존) 교수는 "과도한 수분의 유입으로 인한 벽화면의 균열, 채색면의 박락(剝落) 현상이 대부분의 고분에서 발견됐다"며 "영구보존을 위한 긴급 보존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 김순관 연구사도 "강서대묘.안악3호분 등 석벽화에서도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 일부 확인됐다"며 "특히 침수 흔적이 있는 호남리 사신총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북한 측이 고분 입구에 요철(凹凸), 혹은 지그재그 형태로 만든 통로나 현실(玄室.주검을 모셔둔 곳) 내부에 설치한 유리벽 구조물은 일단 외부의 미생물이 고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생물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모든 고분에서 현실 내부가 고분 바깥보다 1.5~9배 낮게, 유리벽 구조물 내부는 현실보다 2~4배 낮게 측정됐다.

반면 구조적 문제점도 노출됐다. 북한 측이 일제시대 손상된 고분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원래보다 봉분(封墳.흙을 둥글게 쌓아 올린 부분)을 높게 쌓아 고분 자체에 적잖은 하중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안악3호분의 경우 현재 봉분 높이는 11m에 이르나 발굴보고서에는 6m로 기록돼 있다.

문화재연구소 강현 연구사는 "북한 측에서 고분 안에 철제기둥을 설치해놓고 있지만 하중 자체를 줄이는 근본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1차 모니터링 성격이 강하다"며 "향후 제2, 제3의 조사를 통한 정확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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