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연금개혁 이틀 남았다" 나경원 "모수개혁이라도 하는게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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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여권을 향해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를 거세게 압박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여당의 안을 수용하겠다”며 제안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모수(某數·숫자) 개혁만이라도 21대 국회에서 일단락짓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수 개혁 처리조차 거부하면서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건 연금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다”며 “이는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양보로 의견이 일치된 모수 개혁 처리부터 먼저 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 김성주 의원이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과정을 전부 공개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4월 30일 정부가 1안·2안·대안을 가져왔고, 3안이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5%이었다”며 ‘45%는 민주당 안’이라는 여권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이를 갖고 논의에 들어갔고, 모수 개혁안 5개를 좁혀 보건복지부가 5개 안에 재정 계산을 해왔다”며 5월 1일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서명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꺼내 보였다. 모두발언 말미엔 “(임기가) 이틀 남았다. 꼭 하고 마치고 싶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여론전을 이어가는 사이, 여권 일각에서도 협상론이 고개를 들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모수 개혁이라도 (21대 국회에서)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밝혔다. 나 당선인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대체율) 1% 포인트 차이가 엄청난 액수”라며 “구조개혁을 올해 안에 한다는 조건이라면,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높이는 것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상현 의원도 오전 YTN 라디오에서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이 대표가 이렇게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전체에선 “구조개혁이 모수 개혁과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4% 포인트씩 상향하자는 민주당 제안에 “기금 고갈을 몇 년 늦출 뿐”이라며 “포장지만 바꾼다고 개혁이 되느냐”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소득대체율 43%와 45% 안 모두 국민연금 완전 고갈 및 막대한 부채를 막을 수 없다. 44.5% 안은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를 2050년에 3.5배 더 늘리는 개악 중의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구조개혁 없는 연금개혁은 ‘폰지사기’(새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모아 비공개 논의를 가졌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국회 내에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본회의 자체를 (여당이) 거부하고 있다”며 “법사위뿐 아니라 산자위 법안, 연금법 관련 모든 부분을 거부한다”고 전했다. 야당에선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외에도 ▶전세 사기 특별법 ▶민주 유공자법 ▶양곡관리법 ▶세월호 참사 피해 지원법 등 직회부 법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28일 본회의도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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