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 일본인들 몰려온다…울산 '시골성곽' 핫플로 뜬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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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관광 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울주군에 있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특별한 관광 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울주군에 있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울산지역 한 성곽에 일본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지로 특별히 개발하지 않아 매점이나 쉼터 같은 휴게시설 하나 없지만, 발품을 팔아 택시·마을버스 등을 타고 찾아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고 있다. 시골 성곽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외곽에 있는 '서생포왜성'이다.

서생포왜성 찾는 일본인들

27일 울산시·지역 문화해설사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생포왜성을 찾은 일본인은 70명 정도다. 한 달 평균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단체로 찾기도 하지만 성곽 평면도나 측량장비 같은 전문장비·자료를 챙겨 들고 혼자 찾는 일본인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일본인 방문객이 찾았다. 울산의 한 문화관광해설사는 "일본 대학교수부터 고성 관련 전문단체 회원·학생, 관광객까지 각계각층의 일본인이 서생포왜성을 찾는다"면서 "수년 전엔 일본성곽협회 회원 120여명이 단체로 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콘텐트 딱히 없는데, 왜? 

특별한 관광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찾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특별한 관광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찾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일본인들은 서생포왜성에 오면 입구에 있는 돌담에 다가가 "노보리이시가키(登り石垣·석루)"라면서 사진을 찍거나 자세하게 들여다본다고 한다. 그 배경은 15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생포왜성은 1593년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울주군 인근에 있던 조선 수군 만호진성을 허물고 그 돌을 가져다가 해발 133m에 쌓은 성이다. 동서 350m, 남북 250m 크기에 면적은 9만1453㎡이다. 산 정상에 내성을 쌓고 산 경사면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오면서 2단·3단으로 성벽을 두른 모양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훼손이 거의 없어 당시 왜성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잘 보존된 왜성이 '콘텐트'

특별한 관광 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울주군에 있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특별한 관광 콘텐트가 없지만, 일본인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울주군에 있는 서생포왜성. 사진 김윤호 기자

일본에선 가토의 성으로 알려져 있다. 가토는 일본에선 존경받는 무장이라고 한다. 가토가 조선에 쌓은 성이 잘 보존돼 있다 보니 일본인에게 관심이 많다고 한다. 서생포왜성을 만든 가토는 울산 도심에 있는 울산왜성을 축조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본에선 서생포왜성을 학술적으로도 가치 있게 본다. 일본인 연구자 모임인 성곽담화회(城郭談話会)가 현지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생포왜성 현장 조사를 토대로 2002년 『왜성의 연구 제5호, 특집 가토 기요마사의 서생포왜성』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일제지정문화재로 '격하'

서생포왜성은 현재 울산시 문화재 자료다. 당초 1963년 사적 제54호로 지정됐지만, 정부가 일제지정문화재를 재평가하면서 1997년 격하했다. 그래서 주차장과 간단한 서생포왜성을 소개하는 입·간판 정도만 있을 뿐 유물을 모아둔 전시관 같은 다른 시설은 없다. 서생포왜성 관계자는 "배경을 떠나 역사 흔적이라는 측면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일본인을 떠나, 지역 학생 야외체험 학습 장소도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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