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일·중 정상회의, 동북아 안보 안전핀 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오늘 4년5개월 만에 3국 정상회의 재개돼

북한 비핵화와 시진핑 답방의 전기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어제 오후 서울에서 만났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1박2일 동안 진행하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국·일본·중국은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협의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8년 3국 정상회의를 출범시켰다. 이후 3국이 번갈아 가며 의장국을 맡아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코로나19 감염증 등으로 대면 협의가 멈춰졌다. 오늘 3국 정상회의가 중단 4년5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오늘 만남을 통해 3국 정상이 모이는 협의체가 다시 가동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어제 리창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하고,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 기시다 총리와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한·일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고,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가 불필요한 양국의 외교현안이 되지않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리창 총리와 기시다 총리 역시 별도의 양자회담을 했다.

나아가 3국 정상은 오늘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실무 차원에서 논의했던 현안들을 꺼내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3국은 인적 교류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 통상 협력 ▶보건 및 고령화 대응 협력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협력 ▶재난 및 안전 협력을 강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3국 협의체가 어렵사리 다시 가동된 만큼 동북아 안보의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 회의가 중단됐던 4년여 동안 동북아 정세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의 심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발등의 불로 다가온 상황이 대표적이다. 3국 정상은 오늘 회의에서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핵심 사안인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약속해 주길 바란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끝냈다는 ‘핵무력 완성’의 주장을 고려하면 일본, 중국 역시 북한의 직접적인 핵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가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나라는 역시 중국뿐이기도 하다.

정부는 특히 리창 총리의 방한이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으로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한동안 소원했던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선 한·일·중 3국 정상회의 못지않게 한·중 최고 지도자의 협력이 지름길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