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대통령실, 22대 국회 연금개혁 즉각 처리 약속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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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모수개혁 근접에도 거부 이유 납득 안 돼

개원 직후 개혁 일정·방안 분명히 제시를

연금개혁을 둘러싼 혼란이 점입가경이다. 여야, 대통령실이 나서 연일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고 있다. 이런 혼란이 연금개혁에 결코 이로울 게 없다. 제도 불신을 초래하고 혐오감만 심화시킬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어제만 해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을 하고 22대에서 구조개혁을 하자”고 제안하자 대통령실 관계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나서 “22대 국회에서 하자”고 거부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연금개혁 영수회담’을 제안하더니 24, 25일 연달아 양보안을 내고 압박했다.

연금개혁은 대통령의 어젠다다. 선진국 지도자도 정권을 내줄 각오로 개혁을 추진했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나서고, 윤석열 대통령은 발을 빼는 보기 드문 상황이 이어진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토론회에서 연금개혁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후에도 심도 있는 논의나 제안을 거의 안 했다. 그러다 21대 국회 임기 끄트머리에 갑자기 밀어붙이니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야당 대표가 연금개혁에 나서고 여당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건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 그 직전 영수회담에서 “22대 국회 처리”라고 못 박았었다. 그러니 정부·여당은 이 기준에 맞춰 그만 얼어붙어버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해 오긴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때 정부안을 내지 않았다. 총선 눈치보기로 받아들여졌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6000쪽, 24개 시나리오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게 공약 이행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폈다. 여야가 17년 만에 합의에 거의 근접했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22대 처리’로 넘겨버렸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구조개혁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수개혁도 안 하면서 더 큰 걸 얘기한다. 지금까지 구조개혁의 밑그림을 제대로 내놓은 적도 없다. 그러다 이제야 구조개혁을 들고나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한 방에 개혁하자는 그게 과연 가능할까.

여당과 대통령실이 진정 22대 국회 처리를 주장한다면 개원 직후 어떤 이슈보다 먼저 다뤄야 한다. 연금특위 구성, 모수개혁, 구조개혁으로 이어지는 일정과 방법,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구조개혁 그림도 내야 한다. 기초연금과의 관계도 조정 선에서 할 건지, 둘을 통합할지 기초생활보장제까지 합할 건지, 성장률 등 경제지표에 따른 연금액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건지 분명히 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 막혀 또 5년을 허비한다. 한 해 50조원씩의 누적적자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열겠다고도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