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출국금지…이원석 “음주은폐 엄정대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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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음주 운전 사실을 사고 열흘 만에 시인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변호인을 통해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석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싶다”고 20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경찰 요청에 따라 김씨와 사고 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자수한 매니저,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없앤 본부장, 사건 은폐를 자신이 지시했다고 밝힌 김씨 소속사(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4명을 출국금지 조처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가법 도주치상 등)를 받고 있다. 음주 사실을 줄곧 부인하던 김씨는 19일 처음으로 시인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사고 직전까지 마신 술의 종류와 양 등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술의 종류와 음주자 체중 등을 이용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해 김씨의 음주 상태 및 사고와의 인과 관계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그간 사고 당일 김씨의 행적을 수사해온 경찰은 김씨가 방문한 유흥주점 등을 압수수색했고, 동석자 및 업소 종업원 등으로부터 김씨의 음주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김씨 소변에서 음주대사체(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소견도 받았다. 경찰은 김씨 신병 처리는 수사 상황을 보며 결정할 방침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김씨의) 구속영장 신청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우려가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측은 “곧바로 조사받겠다고 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연기됐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씨는 계획된 공연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공연계에 따르면, 오는 23~25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주관하는 D사는 주최 측인 KBS의 출연자 교체 요청에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주관사 측은 촉박한 일정과 거액의 환불금 문제 등을 불가 이유로 들었다. 티켓은 15만~23만원이며, 매진될 경우 티켓 매출만 4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 ▶진상 은폐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관련 처벌 과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사법 방해 정황을) 적극 반영하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또 “기존 법령과 판례로는 혐의 입증과 처벌에 어려움이 있었던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입법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적발을 면하려고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5년의 징역형 또는 500만~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인데, 형량은 음주측정거부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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