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만찬 특식 '고구마 금귤롤' 나온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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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독립' 성향의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20일 정식 취임했다. 라이 총통 당선인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당선인과 함께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취임식을 열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일본은 현역 여야 의원 37명 등 사상 최대 규모로 대표단을 꾸렸다.

2024년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총통 취임식에서 라이칭더(가운데)신임 총통, 샤오메이친 부통령(오른쪽), 차이잉원 전 총통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2024년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총통 취임식에서 라이칭더(가운데)신임 총통, 샤오메이친 부통령(오른쪽), 차이잉원 전 총통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교도통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가 일본산 청주인 닷사이(獺祭)를 취임 축하 선물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한국은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고, 이은호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신임 총통 취임식에 연주중인 군악대. 로이터=연합뉴스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신임 총통 취임식에 연주중인 군악대.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세계 각지에서 온 51개 대표단은 8개 국가원수급 대표단과 1개 국가부원수급 대표단, 1개 외교장관급 대표단, 교황청 특사 등이었다. AFP통신은 "공식 동맹국이 12개에 불과한 대만은 세계 무대에서 외교적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현재 외교 관계에서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과테말라, 아이티, 팔라우 등 12개국이다.

대만 신임 총통 라이칭더(왼쪽)와 부주석 샤오친메이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대만산 진먼 고량주의 모습. AFP=연합뉴스

대만 신임 총통 라이칭더(왼쪽)와 부주석 샤오친메이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대만산 진먼 고량주의 모습. AFP=연합뉴스

취임식에서는 35대 공군기가 공중에서 사열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한 '활력 대만', '힙합 대만', '자유 대만' 등 9가지 주제로 1000명 이상이 축하 공연을 펼쳤다.

2024년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하늘을 나부끼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4년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하늘을 나부끼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단 음식 즐기는 라이, 단골 식당에 "고구마 금귤롤 부탁"

이날 취임식 만찬에는 대만 가정에서 흔히 먹는 닭고기 수프, 버블 밀크티 등 8가지 메뉴가 선을 보였다고 포린폴리시(FP)가 전했다. 특히 타이난 시장을 지냈던 라이 총통은 타이난의 한 시골 식당에서 즐겨 먹던 고구마 금귤롤을 특별 주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식당 측은 롤 1000개를 준비했다. 식당 관계자는 "라이 총통은 단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라이칭더 총통이 즐겨찾던 타이난의 한 식당 직원들이 취임식 만찬에서 제공된 고구마 금귤롤을 만드는 모습. AFP=연합뉴스

라이칭더 총통이 즐겨찾던 타이난의 한 식당 직원들이 취임식 만찬에서 제공된 고구마 금귤롤을 만드는 모습. AFP=연합뉴스

만찬 준비를 맡은 웨스 궈 셰프는 AFP통신에 "고급 만찬에 고구마 금귤롤처럼 길거리 간식을 넣은 건 대만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배타성이 없는 게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자평했다.

대만 총통 취임식 만찬 메뉴. 인스타그램

대만 총통 취임식 만찬 메뉴. 인스타그램

이처럼 취임식 만찬에 소수민족 요리를 포함한 건 대만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대만인 가운데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대만인의 비율은 1992년 25%에서 지난해 3% 미만으로 급감했다.

"민진당은 사기꾼" 구아바 들고 시위도     

한편 대만 국민당 대표이자 총통 후보였던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시 시장은 취임식에 불참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또 취임식 전날인 19일, 야당인 민중당 지지자 수 백명이 민진당 당사 앞에서 구아바 열매를 손에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구아바(芭樂·바러)는 중국어로 '끝장이다(罷了)', '공허한 약속'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또 다른 총통 후보였던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은 "민진당의 헛된 약속은 그들의 오만함을 보여줬다"며 민진당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커 주석은 "민진당이 지난 8년간 해온 공허한 약속들에 무력감을 느껴 구아바를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총통 후보였던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은(사진) "구아바같은 민진당에 아니라고 말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구아바 시위를 벌였다. 구아바는 중국어로 '끝장이다(罷了)', '공허한 약속'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인스타그램

총통 후보였던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은(사진) "구아바같은 민진당에 아니라고 말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구아바 시위를 벌였다. 구아바는 중국어로 '끝장이다(罷了)', '공허한 약속'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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