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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련과 신중국의 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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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블라디미르 푸틴(72)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베이징을 찾았다. 지난 7일 다섯 번째 취임식 아흐레만이다. 지난해 3월 20일에는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3연임 열흘만이었다. 푸틴이 하루 더 서둘렀다. 중·러 국력 차이를 보여준다.

푸틴의 행보에는 고도의 셈법이 담겨있다. 올해 선거일 택일이 심상치 않았다. 대선일이던 3월 17일은 지난 1991년 구소련 연방의 유일한 국민투표가 치러졌던 날이다. 33년 전 국민투표는 “모든 민족의 개인 권리와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주권 공화국들의 평등하고 새로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을 유지하겠는가”라며 연방 존속을 물었다. 80%의 투표율, 77.8% 찬성률을 기록했다.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시진핑(왼쪽)·푸틴 중·러 양국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시진핑(왼쪽)·푸틴 중·러 양국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하지만 그해 12월 8일 벨라루스·러시아·우크라이나 세 공화국 수뇌가 비밀회의로 연방 해체를 결정했다. 소련은 그렇게 무너졌다. 푸틴은 5연임을 33년 전 국민투표와 시공을 초월해 연결했다. 푸틴 5기가 구소련 국민이 유지를 찬성했던 ‘신소련’인 이유다.

푸틴은 지난 3월 18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말했다. “대만은 의심할 바 없이 중국의 불가분 일부”라며 “대만 주변에서의 어떠한 도발·제재도 철저히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의 발언은 이번 임기 6년 중 베이징이 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대만 언론인 황궈량(黃國樑)의 최근 분석이다.

푸틴의 대만 발언은 줄곧 우크라이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침공 넉 달 전이던 2021년 10월 미국 CNBC 대담에서 “중국은 대만과 통일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 무력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 무렵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는 러시아 여황제 예카테리나 대제가 17세기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정복한 땅”이라며 “사실상 러시아 소유”라고 주장했다.

굳건했던 푸틴과 시의 밀월은 러·우 전쟁 발발로 잠시 흔들렸다. 개전 7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15일 사마르칸트 회담 모두에 푸틴은 “당신의 문제와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회담이 끝난 뒤 시는 “중·러는 핵심이익 문제에서 서로를 지지한다”고 했다. 문제와 우려를 풀었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협력 개연성이 있다. 회담 후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를 러시아에 가입시키는 국민투표를 치렀다. 90% 지지로 영토에 편입했다.

중국은 미국 대선보다 앞서 20기 3중전회를 소집했다. 새로운 개혁개방이 선언될 전망이다. 신소련과 신중국의 연대가 탈냉전 질서를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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