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식당도 손님도 허리띠 조르기…‘18가지 요리’ 파는 식당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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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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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를 찾던 중국 청년들이 다시 고향 소도시로 돌아가고 있다. 높은 실업률에 고물가·저금리·저임금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지난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국 대도시 소비자의 월간 지출이 소도시 소비자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도시에서의 의식주 해결이 녹록치 않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대도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 새로운 콘셉트의 식당이 화제다.

베이징, 허베이 등에 분포한 스푸숴·상차이관(师傅说·湘菜馆)은 후난 가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특징은 요리 종류가 18가지로 간소하며 요리당 가격이 29~59위안(약 5400~1만 1000원) 선으로 저렴하다. 베이징과 근교 지역에는 스푸숴·상차이관처럼 18가지 요리만 하는 식당이 1년새 많아졌다. 베이징의 리거형제식당(利哥兄弟菜馆), 허베이성 옌자오(燕郊) 지역의 캉거식당(康哥菜馆), 허베이성 랑팡(廊坊) 지역의 장자식당(张家菜馆) 등은 현지에서 줄 서는 식당이 됐다.

18가지 요리(十八道菜)를 내세운 중국의 식당들. 훙찬왕

18가지 요리(十八道菜)를 내세운 중국의 식당들. 훙찬왕

특히 캉거식당은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이 50km 이상을 운전해 와볼만큼 문전성시다. 80년대생 워킹맘인 장친은 훙찬왕(红餐网)과의 인터뷰에서 “캉거식당에 오기 위해 미리 예약까지 했다”며 “저녁 6시가 넘으니 빈자리가 없고, 몇몇 대표 메뉴는 이미 매진됐다”고 말했다. 랑팡의 장자식당 역시 오후 5시 반에 가도 2시간 웨이팅을 해야할만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베이징에서 운영한 지 17년 된 생선요리집 난뤄페이마오·마라카오위(南锣肥猫·麻辣烤鱼)도 18가지 요리를 출시하며 열풍에 합세했다.

중국의 18가지 요리를 테마로 하는 식당에서 판매 중인 요리. 훙찬왕

중국의 18가지 요리를 테마로 하는 식당에서 판매 중인 요리. 훙찬왕

中 대도시 및 근교지역 요식업 키워드 된 '18가지 요리(十八道菜)'
점주과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전략 내세워

최근 생긴 18가지 요리 식당은 매장 이름부터 포장 식기, 메뉴 곳곳에 '十八(십팔)'을 강조하고 있다. 18가지 요리가 주는 마케팅 포인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숫자 덕에 기억하기 쉽고, 열 여덟 개의 요리 가짓수가 사실상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식당들도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베이징 주변 도시 외에도 항저우, 허베이 싱타이(邢台), 한단(邯郸), 취안저우(泉州) 등지에 18가지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등장했다.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의 20년 된 식당인 팡자차이푸(方家菜谱)는 18가지 요리를 판매하는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 중국 서북 지역 요리를 판매하는 외식 프랜차이즈인 시베이요우멘춘(西贝莜面村)의 경우, 한때 100여개에 달하던 메뉴를 66개로 한 차례 간소화했으며 현재 20여 가지의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18가지 요리를 판매하는 매장의 메뉴판. 훙찬왕

18가지 요리를 판매하는 매장의 메뉴판. 훙찬왕

18가지 요리 식당은 생활 물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메뉴 간소화는 영업 이익과 직결된다. 먼저 식재료 관리에 용이하다. 가짓수와 메뉴를 한정해 당일 필요한 식재료만 구매하기 때문에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메뉴들을 선정해 조리 시간을 단축했고 이는 테이블 회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런 전략은 운영 비용뿐만 아니라 인력 고용의 효율까지 높였다.

메뉴 가짓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호불호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판매가 부진한 소수의 메뉴들은 즉각 새로운 메뉴로 교체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요리가 대부분 메뉴판에 오른다. 각 식당 주방장이 가장 잘 만드는 요리를 추린데다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맛'을 일정부분 보장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밖에 이들 식당은 '식재료 당일 구매, 당일 소진'의 강점을 고객들에게 생생히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식당들은 오픈 주방 형태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고, 투명한 용기에 식재료와 조미료를 진열해 주문 이후 즉시 조리의 생생함과 신선함을 강조하는 등 공간 마케팅에도 열성을 다한다.

영리한 방식으로 점포 운영 효율도 높이고 주머니가 얇아진 고객들의 이목을 끄는 데도 성공한 18가지 요리 식당. 새로우면서 맛있고 가격까지 합리적인 식당이 귀한 요즘, 중국 내 '가심비'를 내세운 점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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