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 직전인 올해 3월 역대 최대 규모 재정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조기 집행했다”고 설명했지만 나라 살림 적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었다. 재정을 당겨 쓴 만큼 정작 하반기 경기가 가라앉을 경우 쓸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정부 총지출은 8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예산 56조6000억원, 각종 기금 28조5000억원 등이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19년 3월(49조원) 대비 73.7% 늘었다. 1분기 누적 총지출(212조2000억원)도 역대 최대다. 예산 대비 총지출 진도율은 32.3%다. 1분기에 연간 예산의 3분의 1가량을 쓴 셈이다.
정부는 통상 재정 집행을 상반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유독 집행 속도가 빨랐다. 정부가 의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재부의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률 목표치는 2002년 53.5%에서 올해 65%로 올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초 “약자 복지·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상반기 중 역대 최대 규모 재정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가 나쁠 때 정부가 재정을 빨리 풀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특히 경기 전망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하다 하반기 상승)’인 해에 효과를 낸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도 재정 지출이 역할을 했다. 통상 1분기에는 정부 지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 지출 기여도가 0%포인트로 선방했다.
3월 말 기준 정부 총수입은 147조5000억원, 지출은 212조2000억원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75조3000억원이다. 월별 관리재정수지를 집계한 2014년 이후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2.2%, 하반기 2.0%다. 올해처럼 경기 전망이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탈 경우 하반기 경기 침체 시 대응할 재정이 부족할 수 있다. 박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관행적으로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높이기보다는, 연간 지속적으로 재정 집행 수준을 관리해야 한다”며 “조기 집행이 오히려 경기 변동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