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직장을 떠난 여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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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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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자회견’이 던진 충격을 여기서 다시 한 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록색 줄무늬 티셔츠와 파란 모자, 그리고 거침없는 언행과 억울해보이는 표정으로 남은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여러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는 경영자와 아티스트라는 관점에서, 누군가는 ‘개저씨’와 젊은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사태를 해석했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은 그 기자회견에서, 자리를 지키고 버티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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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죽어?” 민희진 대표의 이 발언은 “내가 왜 떠나?”라는 말로 치환되어 여성들을 소환했고, X(옛 트위터)에서는 일터에서 떠나지 말고 버티자는 여성들의 다짐이 수 천 리트윗을 받으며 퍼져나갔다. 이는 그만큼 여성들이 직장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 점수를 넘긴 92명을 탈락시킨 신한카드가 있고, 합격한 후에는 여직원에게 밥짓기와 빨래를 시킨 새마을금고가 있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장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보육교사, 간호사, 방송작가 등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직업에 따라 낮은 임금이나 성희롱, 유리천장 등의 문제를 여전히 겪고 있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2024)은 여초 직업을 가졌던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일터를 떠났는지, 일터를 떠난 여성들이 어떻게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여초 직업군 중에는 직업의 전문성,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나 방송작가는 자주 의사나 PD의 보조 인력으로 폄하되고,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등은 취학 전 아이들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돌보미’쯤으로 취급받는다.” 이것이 여초 직업군만의 문제일까. 여전히 여성에게만 커피를 타거나 수박을 자르도록 하는 직장이 있고, 그래서 이들은 이를 아득바득 갈며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았을 것이다. 떠나지 않고 버티겠다고, 혹은 떠나더라도 더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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