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해답 찾는 작품”…진은숙 18년 만의 새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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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작곡가 진은숙이 18년 만에 두 번째 오페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목은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천재 물리학자가 등장하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썼다. [중앙포토]

작곡가 진은숙이 18년 만에 두 번째 오페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목은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천재 물리학자가 등장하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썼다. [중앙포토]

‘작곡가 진은숙이 희한한 오페라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음악계에 파다했다. ‘양자역학에 대한 오페라다’ ‘물리학자가 주인공이다’ ‘꿈에 관한 것이다’ 등의 짐작과 함께. 작곡가가 음악뿐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만들고 노래 대본까지 쓴다고도 했다. 사실이었다. 2007년 첫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18년 만의 오페라다.

최근 진은숙(63)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 대한, 또 나에 대한 질문의 오페라다. 해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답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새 오페라를 설명했다. 그라베마이어상(2004년), 쇤베르크 음악상(2005년),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년), 레오니소닝 음악상(2021년)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2024년) 수상자인 그는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에도 음악제를 위해 한국에 들렀다.

오페라 제목은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150분짜리 2막 오페라다. “지구에서는 달의 한 면만 본다고 해요. 남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완전히 다른 모습, 그게 달의 어두운 부분이죠.” 한 물리학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볼프강 파울리(1900~1958). 양자역학을 체계화한 그는 194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진은숙은 파울리와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관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파울리는 꿈을 이야기하고, 융은 그에 대한 해석을 내놓던 사이였다. 진은숙은 남에게 보이지 않았던 천재 물리학자의 모순적 성격, 욕망을 발견했다. 그다음은 진은숙의 상상이다. 오페라에서 융은 파울리에게 “최고의 학자가 되고 행복까지 얻도록 도와주겠다”며 꿈을 넘기라고 한다. 파울리는 파우스트처럼 꿈과 그 꿈속 세 인물까지 모두 넘긴다. 오페라에서 파울리와 융은 새로운 이름으로 나오며 바리톤이 배역을 맡는다. 꿈속 세 인물 중 하나인 여성도 중요한 배역이다.

“모든 것을 가져간 융은 결국 무엇도 돌려주지 않아요. 대신 파울리의 꿈은 점점 줄어들고 더는 꿈을 꿀 수 없게 되면서 학자로서 약속했던 이론도 발표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궁지에 몰린 파울리는 다시 융을 찾아간다. 또 융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이어지는 마지막이 오페라의 핵심이다. “파울리는 융을 죽이려 하지만 ‘너는 나를 죽일 수 없다’는 말만 듣죠. 결국 둘은 하나의 자아였던 거예요.” 새 오페라는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고, 자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담고 있다. “상대방이 나의 반쪽이면서 서로 연관된, 일종의 양자역학이기도 해요.”

오페라 스토리를 만들고 대본까지 쓰는 작곡가는 흔치 않다. “2017년 앨리스의 후속편 오페라를 계획하다 무산됐죠. 그 후로 이상하게 앨리스에게 관심이 없어졌어요. 그러다 파울리를 발견해 책도 많이 읽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어요.” 진은숙은 독일어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자료 조사와 시놉시스를 만든 시간을 빼면 석 달 걸렸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썼다. 직접적인 물리학 이야기는 없다. 그래도 쉬운 오페라는 아니다. “청중에게는 힘들 수 있어요. 어두운 작품에, 대사가 길고 얘기도 많죠. 청중은 단순한 이야기에 상상력을 가미하는 오페라에 익숙할 텐데, 이건 그렇지 않거든요.”

진은숙은 온 힘을 다해 작품을 쓴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도 살아있을지 모르겠다” “끝나면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도 “아침에 눈 떠서 새벽까지 이 오페라만 쓰고 있다”고 했다. 진은숙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 완성했고, 올해 말까지는 다 마칠 생각”이라고 했다. 오페라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초연은 내년 5월 18일부터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에서 켄트 나가노의 지휘로 4회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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