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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3000달러로 뒷걸음 친 비트코인…美 금리 인하 시점이 변수

중앙일보

입력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두 달 전 고공 행진하며 1억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도 다소 식은 모양새다.

7일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이날 6만3000달러대(약 856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7만3750달러(약 1억30만원)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썼던 것에 비하면 14% 정도 하락했다. 지난 1일에는 5만6000달러대에서 거래되면서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다. 미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뒤로 밀리자 투자심리는 위축됐고,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도 대거 빠져나갔다. 특히 지난달 말 미국의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2.7%(전 분기 대비)로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하락세는 본격화됐다. 이 시기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거란 비관론도 나왔는데,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이 하루 사이 5억6370만 달러(약 7664억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설에 선을 그은 뒤에야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30일엔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됐지만, 거래 첫날 2억9200만 달러(약 3970억원) 자금이 유입되는 데에 그치면서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뒤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자금 유입 통로가 생긴 것은 맞지만, 이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던 국면은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채굴업자들이 지난달 반감기(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앞두고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매도에 나선 것도 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비트코인 몸값을 결정하는 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비트코인은 현재 긴축적인 미국 거시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암호화폐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경우 5만 달러에서 5만2000달러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하락세는 정상적인 조정일 뿐,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이달 초 나온 미국의 노동시장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면서다. 실제 지난 3일 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ETF(GBTC)에는 6300만 달러(순유입) 쏠렸다.

알고리즘 퀀트 트레이딩 회사 프레스토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신기술 수용 트렌드는 꾸준히 지속되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암호화폐가 신생자산이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는 제도권 자금이 여전히 많아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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