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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 VS 중입자, 암 재발 예방 31% 높았던 치료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최첨단 방사선 치료인 중입자와 양성자 치료 효과를 메타 분석으로 비교했더니 암 재발 예방 효과가 양성자 치료에서 31%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이태훈 교수, 충북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유규상 교수, 제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강표 교수, 건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정윤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를 주제로 2023년 6월까지 발표된 논문 3983건을 살펴봤다. 이 가운데 메타 분석에 필요한 환자에 대한 정의와 치료 방법, 방법에 따른 차이, 치료 결과까지 모두 다룬 연구 18건을 추렸다. 메타 분석은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연구를 일정한 체계에 따라 종합해 고찰하는 연구 방식이다. 국내서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 효과를 메타 분석으로 비교한 연구는 처음이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교수(왼쪽부터), 이태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유규상 충북대병원 교수, 김강표 제주대병원 교수, 장정윤 건국대병원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교수(왼쪽부터), 이태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유규상 충북대병원 교수, 김강표 제주대병원 교수, 장정윤 건국대병원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분석한 논문에서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는 각각 947명, 910명이었다.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4명이 논문을 살펴봤더니 양성자가 중입자보다 종양 국소 제어 효과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국소 제어는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걸 뜻한다. 연구팀은 “양성자로 치료 받은 부위에서 암이 다시 발생할 위험이 중입자보다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암 종별로 하위 분석을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치료 성패를 가늠하는 전체 생존율(OS), 무진행(암이 진행되지 않는) 생존율(PFS), 부작용은 두 치료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립암센터의 양성자 치료기. 사진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의 양성자 치료기. 사진 국립암센터

연구진은 “두 치료법 모두 입자선 치료라는 공통점이 있다”라면서 “‘브래그피크(bragg peak)’가 특징인 입자선은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양성자나 중입자가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진다”고 했다.

입자선 치료법은 암 세포 이외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해 기대를 모은다. 그런데 중입자의 경우 수소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발사해 암세포를 파괴한다는 차이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연구진은 “더 강한 에너지를 실을 수 있지만, 더 무거워 암 타격 이후 잔존 선량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양성자 치료는 선행 연구가 많아 치료 결과와 부작용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라면서 “중입자 치료는 도입 단계여서 메타분석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게 한계”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연세의료원 중입자 치료기. 사진 연세의료원

국내 최초로 도입된 연세의료원 중입자 치료기. 사진 연세의료원

논문의 공동 교신 저자인 유규상 교수는 “중입자는 도입 국가가 많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치료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양성자와 정확한 비교가 이뤄지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관한 박희철 교수는 “두 치료법 모두 환자를 위해 각각 쓰임이 있다”면서 “치료법 자체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적정 진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캔서메디신(Cancer Medicine)’에 실렸다.

현재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은 양성자 치료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중입자 치료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중입자 치료 기기를, 서울성모병원은 양성자 기기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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