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가 물오른 타격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 포함 4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LA 다저스의 5-1 승리를 이끄는 ‘원맨쇼’였다.
오타니의 배트는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다. 그는 1회 말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애틀랜타 왼손 선발 맥스 프라이드의 공을 받아쳐 선제 2점 홈런을 터트렸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몸쪽으로 높게 들어온 커브(시속 120㎞)를 그대로 걷어 올려 다저스타디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오타니의 시즌 9호 홈런이자 전날(5일)에 이은 2경기 연속 아치였다.
오타니는 또 3회 말 2사 후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선두 타자로 나선 6회 말 다시 중전 안타를 때려 이틀 연속 3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오타니가 한 경기 3안타 이상을 기록한 건 올 시즌 여섯 번째다.
오타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타석에서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시즌 10호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다저스가 4-1로 앞선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그는 상대 왼손 불펜 A.J. 민터의 초구 직구(시속 151㎞)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벼락같이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시속 178㎞의 속도로 141.4m를 날아가 메인 전광판 바로 왼쪽의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는 초대형 아치였다.
MLB닷컴에 따르면, 이 홈런의 공식 비거리는 141m로 측정돼 올 시즌 MLB에서 터진 홈런 중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의 홈런(144m)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MLB닷컴은 “지난겨울 다저스가 오타니와 계약할 때 앞으로 10년 동안 이렇게 엄청난 홈런과 짜릿한 순간이 다저스타디움에 펼쳐지는 장면을 꿈꿨을 것”이라며 “이게 바로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7억 달러를 주고 영입한 이유”라고 평가했다.
오타니는 이날 시즌 첫 멀티 홈런(한 경기 2홈런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저스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썼다. MLB닷컴은 “홈런 2개를 추가한 오타니는 1901년 이후 개막 첫 35경기에서 장타(2루타 이상) 25개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다저스 선수가 됐다”고 전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오타니는 지난해 9월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올해는 타자로만 뛰고 있다. 개막 직후 가족처럼 지내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39)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해고되면서 오타니까지 ‘도박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그 의혹을 말끔히 털어내고 다시 ‘괴물’의 진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다저스는 사흘간 12타수 8안타(3홈런) 6타점을 기록한 오타니의 기세를 앞세워 애틀랜타와의 홈 3연전을 싹쓸이했다. 시즌 성적은 23승 13패(승률 0.639)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다.
오타니는 타율을 0.364까지 끌어올리면서 MLB 전체 타율 1위, 홈런 공동 1위, 출루율(0.426) 4위, 장타율(0.685) 1위, OPS(출루율+장타율·1.111)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오타니는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