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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대통령기록물로…尹 후속조치도 법 검증 대상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죄 해당여부를 검토에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대검에 낸 고발장에서 두 혐의를 고발 취지로 적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이후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이 보인 후속행보 역시 법적 검증의 대상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선물되려면 “직무수행·보존가치” 조건  

지난 2월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김 여사 입장에선)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좀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스1.

지난 2월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김 여사 입장에선)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좀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뉴스1.

  대통령실은 지난 1월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는 이유로 명품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해 보관 중이다.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지하에서 김 여사에게 건넨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향수 등을 청탁의 매개나 뇌물과는 무관한 선물로 규정했단 의미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대상은 대통령기록물법에 조건이 명시돼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이 될 수 있는 대통령선물이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국민(국내 단체를 포함)으로부터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 및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른 선물’이어야 한다. 또 공직자윤리법 15조는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 또는 이들의 가족이 외국단체를 포함해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현금을 제외하고 대가 없이 제공되는 물품 및 이에 준하는 것’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선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설명과 달리 정치권에선 명품백이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보였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디올백이 만약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면 갤러리아 명품관은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MBC는 1월말 명품 가방을 국고로 귀속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2월초 대통령실에서 비공개 결정 통지서를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상회담·국빈만찬 후 받은 에르메스 대통령기록물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가 1996년 9월 카를로스 사울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선물로 받은 에르메스 핸드백. 대통령기록관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가 1996년 9월 카를로스 사울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선물로 받은 에르메스 핸드백. 대통령기록관

 최 목사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국가정상급 인사들이 주고받은 대통령기록물법상의 선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문화관광부에서 관리하던 대통령 선물을 처음으로 대통령기록물에 편입한 2010년 2월 대통령기록물법 제·개정 취지에 비춰보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법 제·개정 이유엔 “대통령기록물에 대통령이 외국정부 수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도 포함되도록 하여 전시 등 활용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돼 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이 보관 중인 총 1만6000여점의 선물엔 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가 1996년 9월 카를로스 사울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선물로 받은 에르메스 핸드백,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2000년 3월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 내외 주최 국빈만찬에 참석하고 받은 에르메스 나무소반 등이 있다.

청탁금지법·대통령기록물법, 모두 처벌 규정 없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법적으로는 김 여사가 처벌될 여지는 낮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청탁금지법 제22조(벌칙)에 따르면 ‘수수금지 금품 등을 공직자 등 또는 그 배우자에게 제공하거나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수수와 수수 약속에 대한 처벌은 없고, 받은 물품을 신고하지 않을 때만 처벌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30조(벌칙)에도 대통령기록물을 심의 없이 폐기하거나 국외반출, 손상·은닉·멸실하는 등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으로 해결되기 힘든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의 고민도 클 것”이라며 “검찰이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결국 정치적 논란의 불씨가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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