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 의협과 협의해 회의록 작성 안해" 의료계 "밀실야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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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관련한 회의록이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변수로 떠올랐다. 법원이 최근 정부에 의대 증원 근거 자료로 요구한 회의록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충실히 제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료계는 제출 범위와 내용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6일 “10일까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회의 결과와 회의록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정심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한 주요 회의체 중 하나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정책 심의기구로 법정 위원회인 데다가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어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28차례 회의를 열어 온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해선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과 협의를 통해 당일 보도참고자료 배포와 백브리핑 실시해 회의 결과가 공개됐다”라고 밝혔다.

의협 전임 집행부서 협의체 단장을 맡았던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양측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 양측이 정리했고, 동의를 받아 간사가 발표했다”라며 “그게 공식적인 자료”라고 했다. 이외 대학별 정원 배분 규모를 심의했던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에 대해 소관부처인 교육부는 회의록 제출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31일 열린 제2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연합뉴스

지난 1월 31일 열린 제2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연합뉴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제10차 성명서를 통해 “정원 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 밀실 야합으로 진행된 것임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제라도 의대정원 증원, 배정 과정의 절차적인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대정원 증원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라며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 주요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의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회의록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의사는 “의료개혁이란 중차대한 국가적 정책을 정식 회의록 없이 밀실 회의로속전 속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썼다. “정부에 불리해질 것” “본격적인 반전 국면이 될 것” 등의 의견도 나왔다.

형사 고발도 예고됐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7일 오후 2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을 직무유기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수사를 통해 의대 증원 2000명을 실제 결정한 자가 누군지, 법적으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음에도 회의록 등을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 회의록 등이 작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제출하지 않기 위해 회의록이 없다는 둥 거짓말을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 등 국민 의혹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철 변호사는 “재판부에서는 2000명을 결정한 최초의 회의 자료와 대학별 정원 규모를 세부적으로 결정한 배정위 자료, 현장실사 자료 등을 내라고 했다”라며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회의록은 참석자 명단과 안건, 발언 내용, 결의 내용, 일시와 장소 등을 자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런 자료가 아니라면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피고한테 입증 책임을 요구한 건데, 정부가 자료를 제대로 안 내면 패소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는 법원이 제출하라고 한 증원 근거 관련, 회의록 등을 가감없이 제출하기를 촉구한다”라며 “자료의 왜곡이나 수정, 가감이 절대 있어선 안 되고 자료 진위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당직 후 휴진, 외래 조정을 통해 주당 60시간 이내 근무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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