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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공휴일로 정하자"…10년 전부터 노력하는데 왜 안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어버이날(5월 8일)을 이틀 앞둔 6일 정치권에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로효친 사상을 일깨우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며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정치권의 요구만은 아니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큐(Q)’가 성인남녀 9482명을 대상으로 ‘쉬는 날로 지정됐으면 하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묻는 설문조사(지난달 9~17일)에서 응답자의 49%(4662명)가 ‘어버이날’을 꼽았을 정도로 국민적 요구도 크다.

어버이날은 1956년부터 17년간 ‘어머니의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해오다가 1973년 법정 기념일로 정식 지정됐다. 하지만 어린이날(5월 5일)처럼 휴무가 의무인 법정 공휴일이 아니라서 소위 ‘빨간 날’에 속하진 않는다.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노력은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2010년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후 19대에서 6차례, 20대에서 5차례, 21대 국회에서 2차례 발의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7·18대 대선 후보 시절 노인 복지 차원에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잇따른 노력에도 공휴일 지정이 무산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공부문과 비교해 민간부문 근로자는 온전히 휴일을 누릴 수 없어 차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부문 적용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는지’ 설문조사(지난 2월 2일∼13일)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의 41.1%만 쉴 수 있다고 답했다. 전체 직장인 기준으론 65.7%가 ‘쉴 수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공휴일로 지정하게 될 때 생기는 돌봄 공백도 문제다. 지난 2018년 어버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다가 계획을 철회한 문재인 정부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쉴 경우 아이를 돌보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휴일 지정을 통한 내수진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예컨대 지난해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9월 28일)부터 개천절(10월 3일)까지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만들었지만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줄며 내수 부진이 이어졌다. 오히려 조업일수가 감소하며 기업 생산이 전월대비 1.6% 감소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라 차라리 일본 등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내수진작을 위해 공휴일을 지정하자는 건 먹히지 않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 교수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으로 법정 공휴일 지정을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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