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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배상안 놓고 銀·투자자 줄다리기…13일 분조위가 분수령

중앙일보

입력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을 두고 금융사와 투자자 간의 2차전이 열렸다. 은행권이 ELS 자율 배상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구체적 배상 비율 산정에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사례가 나와야 배상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중한 銀, ELS 자율 배상 진척 ‘아직’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 ELS 자율배상 진척 상황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배상 대상이 많지 않아 절반 이상 합의에 이른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주요 은행의 ELS 자율배상 합의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하나은행은 현재  ELS 자율 배상을 위한 고객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합의까지 이른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는 구체적 배상 비율을 협의 중이다. 지난달 15일부터 각 투자자에게 구체적 배상 비율을 통보하기 시작한 KB국민은행도 투자자와 배상 비율을 협의하는 단계다. NH농협은행은 배상 비율 산정과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불완전 판매가) 확실한 배상 사례에 해당하는 고객은 배상 비율까지 이미 통보하고, 합의까지 진행했다”면서도 “다만 금감원 기준에서도 다소 모호한 사례는 배상 비율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서 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상 비율 놓고 투자자·銀 줄다리기

ELS 자율 배상에 아직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배상 규모와 대상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 계좌는 지난해 말 기준 24만3000개(15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더 많이 배상 받으려는 투자자와 적정 배상 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의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 쉽사리 배상 비율을 확정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은행들이 금감원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한 배상 비율은 30~60%다. 이 중 은행의 기본 배상 비율은 20~30%고 나머진 각 고객의 사례에 따라 비율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배상 비율을 놓고 투자자와 은행의 시각차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이 제시한 ELS 차등 배상안을 철회하고, 모든 투자자의 원금을 보장하라며 국회의 '국민동의청원'까지 넣었다. 해당 청원은 6일 기준 2만7588명의 동의를 받았다.

“분조위 결과 나와야 배상 진행될 듯”

금감원에서 대표 분쟁조정사례가 나와야 배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오는 13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대표 사례 1개씩을 정해 구체적 배상 비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의 ELS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은행권 제재도 향후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변수다. 금감원은 그간 은행들의 ELS 자율 배상이 제재 감경 사유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자율 배상에 진척이 크지 않으면, 감경 정도가 약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재를 피하고 싶은 은행들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무리하게 배상에 나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ELS 손실 책임을 은행에 돌려놨기 때문에, 배상안을 정해서 통보해도 고객들이 쉽게 수용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금감원 분쟁조정 사례까지 보고 결정하려는 고객이 많다보니 현재 합의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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