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76화. 종말론

중앙일보

입력

세상의 끝을 알리는 이야기가 실제로 전하는 것은

옛날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흑사병의 위기에서 의사로서 노력했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독특한 시를 짓기 시작했죠. 그의 시는 미래에 대한 예언이라 불리며 퍼져나갔어요. 그의 시는 왕의 죽음을 예언했고, 히틀러 같은 악당의 탄생을 내다보았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세계 멸망을 알리는 시였죠.

「1999의 해,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이 시는 명백하게 세계의 위기를 나타내고 있었고, 성경 속 묵시록 이야기와 연결돼 인류 문명이 멸망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여러 작가에 의해 재창작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그의 예언을 다룬 영화가 나오고 여러 작품에 영감을 주며 예언을 믿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 1999년 지구멸망설을 진실로 믿고 대비하려는 이들도 나왔죠. 한국에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휴거설을 합쳐서 ‘1992년에 휴거가 있을 것’이라며 1992년 휴거설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휴거는 개신교 종말론의 하나로 예수가 재림할 때 선택받은 이들이 천국으로 불려 간다는 내용이에요.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휴거가 있을 거라고 했던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 정도로 큰 소동이었죠.

영화 ‘2012’는 고대인들의 예언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들이 발생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그린다.

영화 ‘2012’는 고대인들의 예언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들이 발생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그린다.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했던 1999년에도 역시 세계 각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지만, 별일 없이 지나갔어요. 하지만 멸망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999년이 지나고 오래지 않아 미국에서 몇몇 사람들이 멸망설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들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마야의 달력이었습니다. 마야는 중앙아메리카에서 1000년 이상 번성한 문명인데요. 하늘과 지하 세계의 신들을 숭배한 그들은 특히 세계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고도로 발달한 천문학 기술을 자랑했죠. 가령 치첸 이트사에 있는 쿠쿨칸 신전이라 불리는 피라미드에서는 춘분과 추분 때 그림자에 의해 뱀신, 쿠쿨칸이 땅으로 내려오는 광경이 연출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마야인들이 뛰어난 천문학 기술과 건축 기술을 통해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마야나 아스테카처럼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문명에서는 특히 태양을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그들의 신화에 따르면 오랜 옛날 세상이 어둠에 싸여 있을 때 한 신이 자신을 희생하여 태양이 되어 세상을 밝혔다고 합니다. 태양신은 매일 같이 지하 세계를 거쳐 다시 태어나는데, 이 여정을 돕기 위해 제물이 필요하다고 여겼죠. 제물로는 여러 가지가 사용되었는데, 그중에는 사람도 있었어요. 신이 세상을 위해 희생했듯, 우리 사람도 신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공놀이를 진행하며 진 팀을 제물로 바치는 일도 있었는데, 이는 두 신이 아버지 신의 복수를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여 벌인 대결을 바탕으로 하죠.

마야인들은 태양에도 수명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태양의 수명이 다했을 때 새로운 태양신이 태어날 수 있지만, 언젠가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다고 여긴 거죠. 태양의 수명이 다하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때, 마야인들은 달력을 통해 이를 표현했습니다. 그 달력의 마지막 날이 될 때는 모두가 제사를 지내며 다음 날의 태양이 무사히 떠오르기를 기원했다고 하죠. 1999년이 지나가고 얼마 후 누군가가 이렇게 주장합니다. ‘마야의 달력은 2012년까지밖에 없다. 마야인들은 태양의 수명을 알고 있었으니, 2012년에 태양의 수명이 끝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주장이 나왔죠. ‘중국의 주역도 비슷하다. 2012년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 누군가는 인터넷의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물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죠. 온갖 멸망설이 넘쳐났고, ‘2012’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어요. 마야의 예언을 바탕으로 태양이 이상 현상을 보이고 이 탓에 지구에 가해지는 인력이 크게 변화합니다. 그리고 거대 화산이 폭발하고 미국이 가라앉고 아프리카는 떠오르고….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같은 작품을 만든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강렬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멸망설에 불을 붙였죠.

세계 각지의 신화에는 세상의 끝을 알리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게르만 신화의 라그나뢰크나 성경의 요한계시록이 유명하죠. 인도에는 시바라는 파괴신이 있어 언젠가 세계를 파괴한다고 해요. 마야의 ‘태양의 수명’ 같은 이야기도 그중 하나죠. 하지만, 신화는 절대로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라그나뢰크 이후 불타버린 세상에서 다시금 신과 인간의 이야기 이어지고, 최종 전쟁이라 불리는 하르마게돈 이후에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죠. 오랜 세월에 걸쳐 번영한 마야 문명은 결국 붕괴하였고 후손은 흩어졌습니다. 살아남은 그들은 스페인의 침공으로 희생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죠. 마야인의 후손에게 ‘2012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평화로운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이상 기후와 전쟁처럼 온갖 불길한 일이 벌어지는 현재, 다시금 멸망론이 떠돌며 사람들을 두렵게 합니다. 신화와 종교의 여러 종말론은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죠.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며 절망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을, 이야기는 전합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