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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의 반란’ KCC, 왕좌 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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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창진(맨 위) 감독을 헹가래 치는 KCC 선수들. KCC는 13년 만에 우승했다. [뉴스1]

전창진(맨 위) 감독을 헹가래 치는 KCC 선수들. KCC는 13년 만에 우승했다. [뉴스1]

‘형제 대결’에서 형이 보기 좋게 승리를 거뒀다.

부산 KCC(정규리그 5위)가 5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3위)를 88-70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KCC는 2011년에 이어 13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피언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이다. KCC는 또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부산 연고 스포츠 구단이 됐다. 부산 연고 구단은 1992년 프로야구(롯데), 1997년 프로축구(대우), 프로농구(기아)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KCC는 2001~02시즌부터 20년 넘게 전북 전주를 연고로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전창진(61) KCC 감독은 16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2003·05·08년 당시 동부)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림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펼치는 KCC의 에이스 허웅. 동생 허훈이 이끄는 KT를 꺾고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대를 이어 챔피언 반지를 꼈다. [뉴시스]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림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펼치는 KCC의 에이스 허웅. 동생 허훈이 이끄는 KT를 꺾고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대를 이어 챔피언 반지를 꼈다. [뉴시스]

프로 첫 우승이 걸렸던 ‘형제 대결’에선 형인 KCC 가드 허웅(31)이 동생인 KT 가드 허훈(29)을 꺾고 아버지 허재(59) 전 감독의 대를 이어 챔피언 반지를 꼈다.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 전 감독은 현역 전성기였던 농구대잔치 시절 7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농구에서도 두 차례 챔피언(1997년 기아·2003년 TG)의 자리에 올랐다. 허웅은 허 전 감독의 장남, 허훈은 차남이다. 이날 21점을 터뜨리며 KCC 공격을 이끈 허웅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상(MVP)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동생 허훈은 2~5차전 4경기에서 160분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감기에 걸렸던 4차전에서도 3점 슛 5개를 포함, 33점을 기록했다. 허훈은 5차전까지 평균 24.2점의 눈부신 기록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한 KCC의 기세에 밀려 생애 첫 우승의 꿈을 다음 시즌으로 미뤘다.

KCC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퍼팀’ ‘드림팀’으로 불렸다. 기존 멤버인 허웅·이승현·라건아·송교창에 2021~22시즌 MVP를 차지한 특급 포워드 최준용까지 영입하면서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구축했다. 새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의 기량도 수준급이어서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CC의 전력은 예상과 크게 달랐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이 이어지면서 조직력까지 흔들렸다. 결국 정규리그 5위(30승 24패)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턱걸이로 진출했다. KCC의 부진에 ‘팬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KCC는 포스트시즌에 와선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직력이 완성된 KCC는 6강 PO에서 디펜딩 챔피언 SK를 만나 3연승을 거뒀고, 4강 PO에선 정규리그 1위 원주 DB마저 꺾었다. ‘스타 군단’ 답게 승부처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활약했다.

부산 팬들은 열광했다. 지난 3일 챔프전 4차전이 열렸던 부산 사직체육관(KCC 홈구장)에는 1만1217명의 관중이 몰렸다. 지난 1일 3차전(1만496명)에 이어 13년 만에 2경기 연속 1만 관중 입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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