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처음이라 정말 절실했고, 자기 전에 기도할 정도로 우승이 너무 하고 싶었다."
프로농구 부산 KCC의 가드 허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 소감을 밝혔다. KCC는 5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물리치고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KCC는 2011년에 이어 13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정상을 올랐다. 특히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피언에 오르는 이변을 쓴 건 KCC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이다.
KCC는 또 2000년 들어 처음 우승을 차지한 부산 연고 스포츠 구단에 오르며 부산 팬들의 자존심을 세웠다. 부산 구단은 1992년 야구(롯데), 1997년 축구(대우), 농구(기아)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KCC는 2001~02시즌부터 20년 넘게 전북 전주를 연고로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허웅은 동생 허훈의 KT를 꺾고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59) 전 감독의 대를 이어 챔피언 반지를 꼈다. 허웅은 허 전 감독의 장남, 허훈은 차남이다. 이날 21점을 터뜨리며 KCC 공격을 이끈 허웅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경기 종료 직전부터 눈물을 흘린 허웅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동료 선수들과 노력한 시간이 기억에 너무 남는다. 챔피언결정전을 그동안 TV로 봤는데 그 자리에 꼭 있고 싶었다"며 "그동안 해온 모든 노력과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화한 것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동생 허훈은 2~5차전 4경기에서 160분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감기에 걸렸던 4차전에서도 3점 5방 포함, 33점을 퍼붓는 등 챔프전 5차전까지 평균 24.2점의 눈부신 기록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막강한 동료들과 힘 합친 형 허웅에 밀려 생애 첫 우승 꿈은 다음 시즌으로 미뤘다. 허웅은 "동생하고 어제는 링거를 같이 맞았고, 오늘은 집에서 같이 나왔다"고 소개하며 "동생이 감기에 걸려 기침하느라 잠을 못 잘 정도"라고 안쓰러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경기장에 오면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도 감동했다"고 동생을 치켜세운 허웅은 "농구에 대한 진심을 보면서 저도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웅은 또 "이 행복한 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3∼4일 지나면 다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겠지만 팬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게 돼 행복하고, 내년에도 이런 좋은 결과를 내도록 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6년 만에 다시 우승을 경험한 KCC 전창진 감독이 "부상자가 있는데도 언론에서 '수퍼팀이 졌다'고 나올 때는 기운이 빠지고, 마치 우리가 지기를 바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단단해지는 과정이 됐고, 선수들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플레이오프에서 더 열심히 했다"고 칭찬했다.
1963년생인 전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우승한 60대 사령탑이 되기도 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독으로 시대 변화를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았다"며 "코치들이 옆에서 잘 도와줘서 버텨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예전처럼 훈련 많이 하고, 정신력으로 싸우는 시대는 지났다"며 "잘 만들어진 선수들을 포장해서 경기를 잘하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