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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팝이 문병 왔어요"…가슴으로 밥 먹는 산이, 소원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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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부도 하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희귀병을 앓는 윤산(10)군이 4일 엄마 임조화(42)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렴으로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입원해 있던 산이를 이날 깜짝 방문한 유튜버 ‘허팝(구독자 약 420만명)’을 만나고 난 뒤였다.

산이는 태어날 때부터 ‘가성 장폐쇄’란 병을 앓았다. 이 병은 선천적으로 장의 운동 신경 발달이 미숙한 탓에 음식물을 소화·흡수·배출하기가 어렵다. 산이는 또래가 좋아하는 치킨, 고기 같은 것은 평생 먹어본 적이 없다. 가슴에 꽂은 중심정맥관으로 매일 수액을 맞으며 필요한 영양을 채운다.

4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입원한 윤산(10) 군을 찾은 유튜버 ‘허팝’(오른쪽)과 산이. 사진 윤산 가족 제공

4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입원한 윤산(10) 군을 찾은 유튜버 ‘허팝’(오른쪽)과 산이. 사진 윤산 가족 제공

산이 사례는 본지 보도 〈“다음은 전교회장” 밥 못먹는 산이 꿈을 먹고 산다〉 (중앙일보 5월 3일자 1면)을 통해 알려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허팝과의 만남과 태블릿 PC를 희망했던 산이는 어린이날 전날 극적으로 소원을 이뤘다. 이날은 산이가 퇴원하는 날이기도 했는데, 허씨가 오전 10시 넘어 산이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병동으로 깜짝 방문하면서다. 산이가 간절히 바랐던 태블릿 PC 등과 함께였다.

컴퓨터 공학자가 꿈인 산이는 최근 전남창의융합교육원에 합격했다. 당초 산이가 영재원에 합격하면 허씨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공언했던 엄마 임씨는 막상 산이 합격 소식을 듣고 고민이 커졌다.

지난 2일 본지와 만났을 때 “편지라도 써볼 참”이라고 했던 엄마는 산이 사연이 보도된 3일 허씨 팬 카페에 산이의 희망을 한 자 한 자 적었다. 임씨는 “산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면서 기사 링크와 함께 글을 남겼다”라며 “바로 카페 매니저에게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댓글이 달렸고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허씨는 마침 산이 소식을 기사로 접한 뒤 산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 뒤 어떻게 전달할 지 고민했던 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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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기사를 먼저 보고 허팝씨가 산이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어 태블릿 PC 등을 이미 사둔 상태였더라”라며 “허팝님에게 전화가 왔을 때 눈물부터 났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이날 산이를 찾아 사인과 함께 기념 티셔츠, 태블릿 PC 등을 건넸다.

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앞에서 윤산(10) 군과 엄마 임조화(42)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앞에서 윤산(10) 군과 엄마 임조화(42)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임씨는 “허씨 방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산이는 허씨를 보고 처음에 긴가민가하다가 상황을 파악한 순간 얼음이 됐다”라며 “말도 떨고 어떻게 할 줄 몰라하더라. 꿈만 같던 현실에 정말 좋아했다”라고 전했다.

허씨는 산이와 만난 약 40분 동안 산이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묻고, 산이는 평소 허씨 영상을 보며 궁금했던 것들을 마음껏 질문했다고 한다. 전날 허씨 방문 소식을 알았던 아빠는 거주지인 전남 나주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허씨 도착 전 병원에 왔고 산이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임씨는 “산이가 사실 영재원 시험 보기 전날 많이 아파서 응급실까지 다녀왔다”라며 “시험 보기 전날 밤새 힘들어해서 시험을 보지 말아야 하나 했는데 산이가 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시험을 치렀는데 합격한 뒤 ‘엄마, 허팝님한테 편지 썼냐’고 묻더라.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임씨는 “산이에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라고 했다”라며 “산이에게 허씨를 만난 뒤 느낀 점을 물어보니 ‘나중에 허팝님처럼 기부하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받은 기쁨을 나누고 싶어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윤산(10) 군을 4일 찾은 유튜버 ‘허팝’이 산이에게 전달한 사인과 태블릿PC 등 선물. 사진 윤산 가족 제공

윤산(10) 군을 4일 찾은 유튜버 ‘허팝’이 산이에게 전달한 사인과 태블릿PC 등 선물. 사진 윤산 가족 제공

임씨는 “큰 힘을 얻었고 앞으로 힘들 때마다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다”라며 “산이를 열심히 키우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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