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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VIP 격노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소환…“말하지 못하는 고뇌” 진술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을 4일 소환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 직무대리에 이은 세 번째 피의자 소환조사로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공수처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4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뉴스1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4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했다. 뉴스1

김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쯤 공수처에 출석했다. '(채상병 조사기록)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에게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기록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지휘관에게 채 상병 사망의 책임(과실치사)을 묻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공판 출석 전 입장을 밝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공판 출석 전 입장을 밝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뉴스

박 전 단장은 ‘VIP 격노’에 대해 과실치사 적용 혐의자 명단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수사단의 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지 약 7시간 만에 이를 회수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조사를 거쳐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과실치사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축소한 새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단장 측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로 대통령실·국방부의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반면 김 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부인해 왔다. 지난해 2월 1일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전 단장 항명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박 전 단장에게 전달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년 12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사령관은 마무리 발언에선 박 전 단장을 향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편향적 가치를 내세웠다”라고도 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지휘관을 혐의자로 특정하고, 기록을 경찰로 넘기는 과정에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긴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VIP 격노설은 양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린단 점에서 아직 실체가 분명치 않지만, 수사외압 여부를 추적하기 위한 첫 단추란 점에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소환된 김 사령관을 상대로 VIP 격노설의 실체와 박 전 단장 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통해 유임됐다. 뉴스1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통해 유임됐다. 뉴스1

김 사령관이 4.10 총선 이튿날 내부 전산망을 통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는 지휘서신을 남긴 것 역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군 안팎에선 ‘말하지 못하는 고뇌’란 표현을 놓고 김 사령관이 수사외압 의혹을 해소할 핵심 단서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사령관은 해당 지휘서신을 내린 지 2주 만인 지난달 25일 유임이 결정됐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 대상자에 김 사령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수처가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야권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벼르는 상황에서 김 사령관을 유임시킨 건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정면돌파 의지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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