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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흑연 써도 전기차 보조금 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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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01면

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를 쓰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당분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산 흑연을 단기간 내 대체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을 미 정부에 호소해 온 한국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계에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미 재무부는 3일 IRA 세액공제 최종 규정을 발표하고 중국산 흑연 금지 규정의 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광물이다. 한국은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중국 수입 의존도가 약 90%에 달한다.

미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규정을 준수하면 각각 3750달러씩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중국·북한·러시아 등 외국우려대상(FEOC)에서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조달한 경우 이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부품은 올해부터 FEOC 규정이 적용되고 있고, 흑연·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에 대해서는 2025년 1월부터 FEOC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한국, 중국산 흑연 수입 의존율 90%…“공급망 탈중국화·국산화 힘써야”

현대차·기아 시험실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대상으로 시험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시험실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대상으로 시험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흑연의 경우 중국이 채굴·제련 시장에서 70%가량을 장악한 상태여서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만큼 적용 시기 유예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와 전기차 업계의 요구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산 흑연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지 않으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거의 없을 것이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연초 미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국이 2022년 구형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생산·정제했다는 점을 들며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최종 규정에서 흑연 등 일부 핵심광물을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한(non-traceable) 배터리 물질’로 분류해 2027년까지는 FEOC에서 조달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전기차 제조사들은 FEOC에 계속 의존하지 않도록 유예 기간 동안 광물 공급망 전환 계획을 미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미국 통상 이슈에 밝은 한국 정부 한 관계자는 “중국산 흑연이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전기차 업계에는 희망적”이라며 “핵심광물의 공급망 탈중국화와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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