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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해석한 문혁…현재 중국과도 겹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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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24면

문화대혁명

문화대혁명

문화대혁명
리처드 커트 크라우스 지음
강진아 옮김
교유서가

중국공산당, 그 100년
이시카와 요시히로 지음
강진아 옮김
투비북스

중국 문화대혁명이 화제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는 문혁 당시 홍위병의 끔찍한 집단구타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이 외계의 존재와 손을 잡는 이유를 문혁의 폭력성으로 묘사한 점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침 리처드 커트 크라우스 미국 오리건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문혁을 다각적으로 파헤친 개설서 『문화대혁명』이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논쟁적인 문혁을 정치·문화·경제는 물론 국제적 맥락까지 조명한다. ‘삼체’가 묘사한 집단광기의 동란이 벌어진 1966~68년 홍위병의 시기와 이후 1976년까지의 문혁 나머지 기간을 구분한 점은 신선하다. 저자는 마오쩌둥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주도한 경제 개혁은 문혁 중간에 이미 시작됐으며, 덩이 정치적 이유로 문혁을 10년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문혁에 대한 세 가지 학설, 즉 정치 엘리트 내부의 갈등, 중국 사회 내부의 긴장, 국제적 압력을 모두 강조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1960년대의 고립되고 궁지에 몰린 중국과 오늘날 새롭게 부상한 세계 강대국인 중국 사이의 연결고리로 문혁을 자리매김한다.

당시 횡행했던 마오쩌둥 숭배에 자제의 측면이 있었다는 저자의 설명은 흥미로우면서도 현재와 겹쳐진다. 중국인들은 당시 마오쩌둥의 정치이념을 마오이즘(마오주의, 毛主義)으로 부르지 않았다. 마오주의자라는 호칭도 기피했다. 애매한 ‘마오쩌둥 사상(毛澤東思想)’으로 공식화했다. 마오쩌둥이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와 동등한 수준의 새로운 ‘이즘(ism)/주의’를 확립했단 주장에 완곡하게 저항하는 일종의 절제였다. 마오가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를 계승하고 발전시켰을 뿐, 넘어서지 않았단 시각이다. 최근 중국의 지도이념으로 부상한 ‘시진핑 사상’ 역시 마르크스 아래에 머물지 주목된다.

중국공산당, 그 100년

중국공산당, 그 100년

문혁 10년 동안 중국의 성장률이 5.94%로 인도(2.95%)의 두 배에 달했다는 경제적 해석도 현재 중국과 겹친다. 당시의 경제 슬로건이었던 ‘자력갱생’을 시진핑 현 국가주석이 다시 외치고 있다. 2022년 20차 당 대회 폐막 직후 그는 7명의 신임 상무위원과 옌안(延安)을 찾아 “자력갱생, 간고분투” 정신을 힘껏 알리라고 주문했다. 부족한 자본을 풍부한 노동력으로 대체하고, 이데올로기적 청교도주의와 결합해 공공투자를 위해 개인의 소비를 제한했던 자력갱생의 경제 전략은 지금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옮긴이 강진아 한양대 사학과 교수에게 이 책의 매력을 물었다. “마오주의와 홍위병의 파괴와 광기, 권력투쟁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문혁과 단절하면서 올바른 길로 갔다는 인식과는 차별된 서술”을 꼽았다. 또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 군상들, 속물적인 상승 욕구, 우스꽝스러운 혁명 의례와 교조를 신랄하게 묘사하면서도, 문혁을 긴 호흡의 중국혁명 속에 위치시킨 점”도 강조했다.

문혁에서 개혁개방으로 이어지는 중국공산당(중공)의 변신술이 궁금한 독자라면 신간 『중국공산당, 그 100년』을 권한다. 이시카와 요시히로 일본 교토대 교수가 2021년 창당 10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집권당의 속성을 섬세한 필치로 파헤친 역작이다.

저자는 갈수록 서구를 향해 발톱을 드러내는 중공에 따끔하게 충고한다. “서양문명에 대한 굴절된 반발을 에너지로 바꿔 서양 근대의 초극을 주장하던 일본이 이윽고 무엇을 했고, 결국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중국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터”라면서다.

최근 미국 등 세계의 중국 때리기 담론이 유행이다. 강 교수는 “오늘날 중공과 그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농도는 극단적으로 다르다”며 “하지만 합치된 의견은 좋든 싫든 앞으로의 세계 방향을 보려면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두 책의 숙독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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