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넘은 하이브∙파라다이스…'대기업 집단' 90곳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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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3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13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해는 당초보다 늦게 ‘대기업 집단’을 지정할 전망이다. 그 규모는 90곳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

2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3~15일 중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과 그 각각의 ‘동일인(총수)’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경제력이 소수의 경제주체에 집중되고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는 걸 막기 위한 규제다. 공시 의무 등이 부과되고 총수의 사익 편취가 금지되는 게 골자다.

앞서 공정위는 통상적으로 매년 5월1일에 대기업 집단과 총수를 지정해왔다. 그러다 2019년엔 4월8일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돌연 사망하자 대기업 집단인 한진그룹의 총수를 재지정하는 문제 등 때문에 관련 지정일을 5월15일로 미뤘다. 그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 번 일정이 지연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8조 3항에 따르면 공정위는 매년 5월1일까지 대기업 집단 등을 지정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기한을 5월15일까지로 연기할 수 있다.

올해 대기업 집단 등의 지정이 지연되는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해당 개정안에는 대기업 집단의 총수를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조건은 2가지로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도 자연인이 총수일 때와 비교해 대기업 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경우이다. 이 조건을 만족해 법인이 총수로 지정돼도 향후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면 다시 자연인을 총수로 지정하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이런 조치는 유통 대기업 집단인 쿠팡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매년 자연인(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이 총수로 지정됐다. 김 의장이 외국 국적자인데, 외국 국적자를 총수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계기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공정위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구별 없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조건을 명확히 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작업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날(2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다음 주 국무회의를 거치고, 사흘가량 후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올해도 쿠팡은 법인이 총수로 지정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쿠팡 외에 자연인이 총수로 지정됐던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한 자릿수가 법인 총수로 지정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 규모는 90곳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2곳이 지정된 이후 올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하이브를 비롯해 파라다이스·현대해상·영원무역·대명소노 등이 새로 편입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기준은 직전년도 대차대조표상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경우다.

매년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데도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 허들은 15년째 그대로라 갈수록 지정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987년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땐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을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보통의 경제력 집중’까지 규제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과도하지 않은 경제력 집중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하므로 이것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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