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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글로벌 아이

괄목상대 중국 전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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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여기부터 입장까지 30분”

베이징모터쇼에 첫 출사표를 던진 가전·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의 전시관 앞 팻말에 적힌 말이다. 첫 전기차 ‘SU7’을 직접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레이쥔 회장이 직접 나선 발표회 현장은 시작 30분 전부터 만석이었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취소됐던 베이징모터쇼가 지난달 25일 4년 만에 열렸다. 중국 전기차는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다. 샤오미는 물론, 테슬라를 누르고 세계 1위로 우뚝 선 비야디(BYD), 유럽 자동차 브랜드를 연이어 인수한 지리 등 중국 업체들은 드높아진 인기를 안방에서 뽐냈다.

‘값싼 중국산’ 이미지도 옛말이다. 세계 최초 공개된 고급 전기차 U7은 1287마력에 ‘제로백’이 2.9초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의 고가 자동차와 정면대결한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훙치와 니오, 둥펑 등도 신차를 공개하며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베이징모터쇼의 샤오미 전시관에서 레이쥔 회장이 SU7을 소개하고 있다. 이도성 기자

지난달 25일 베이징모터쇼의 샤오미 전시관에서 레이쥔 회장이 SU7을 소개하고 있다. 이도성 기자

글로벌 업체들도 참전해 총성 없는 ‘전기차 전쟁’을 벌였다. ‘BBA(벤츠·BMW·아우디)’ 3대 업체는 물론 최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까지 베이징을 찾았다. 이들에게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전기차 841만 대가 팔린 중국은 전 세계 시장의 약 60%를 차지한다.

공급과 수요를 양손에 쥔 중국 전기차는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모터쇼를 찾아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완화하고 국내외 기업에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전시관을 마련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고성능 전기차와 프리미엄 모델을 내놨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한때 중국 내 점유율이 10%가 넘었지만, 현재 1%대로 추락했다. 매출액도 7년 만에 70% 넘게 줄었다. 자동차 업계를 취재하는 한 중국 매체 기자는 “디자인과 내구성 등 어느 방면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서 “품질이 뛰어나다는 이미지는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모터쇼에 직원 1200명을 보냈다고 한다.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담당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목도하고 절치부심한다면 ‘아픈 손가락’인 중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고개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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