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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발표, 증시는 하락...당국 “자율이 최선” vs 시장 “실효성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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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금융당국이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지만 시장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체적인 세제 혜택 내용이 빠졌고, 공시 여부와 방식 모두 기업 자율에 맡겨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2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이른바 ‘밸류업 공시’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자가 관심 있을 법한 정보와 미래 계획을 중점적으로 모아 제시하는 일종의 ‘투자 종합 정보 보고서’다.

다만, 밸류업 공시는 ‘선택과 자율’에 방점이 찍혔다. 공시를 할 지부터, 기업가치 개선 여부를 판단할 핵심지표, 목표설정 방법까지 모두 기업이 정하게 했다. 공시의 비재무지표 부문에는 ‘쪼개기상장(이중상장)’과 ‘터널링(대주주가 비상장 개인회사로 이익을 이전하는 수법)’ 등 기업의 예민한 지배구조 관련 사항도 들어있지만, 이 역시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강제로 기업들을 움직이는 것 보다 자율에 맡기는 게 장기적으론 효과적일 거란 판단이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업이 좋은 계획을 내놔 충실히 이행한다면 그만큼 투자 자금이 모일 것이고, 이런 선례가 나오면 참여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차차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는 기업에 대한 벌칙(패널티)이나 세제 혜택과 같은 추가 인센티브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너무나 많은 공시 항목을 제시하면서 선택과 자율에 맡기다고 하니 ‘구색맞추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투자자도 어떤 지표를 어떻게 투자에 활용해야 할지 판단이 어려운데, 당국이 말하는 투자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8.41포인트(0.31%) 내린 2,683.65,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5포인트(0.17%) 내린 867.48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8.41포인트(0.31%) 내린 2,683.65,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5포인트(0.17%) 내린 867.48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실제 이날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기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만 해도 기업마다 비재무 이슈를 제각각 적고 있어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밸류업 공시에서도 지표를 신중하게 선별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도 일단 실망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동안 밸류업 수혜주로 지목됐던 보험·금융·증권 업종은 이날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보험에서는 DB손해보험이 4.11% 하락했고 금융에선 KB 금융지주가 4.37%, 증권에서도 한화투자증권이 6.35% 밀렸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는 세제 혜택 구체화 등을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결국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일본처럼 개인종합자산관리게좌(ISA) 활성화를 위한 혜택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움직여야 시장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계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날 세미나에 기업 측 대표로 참석한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실장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와 같은 강제적인 기준을 주면 기업은 형식적으로만 맞출 수 밖에 없다”며 “중‧장기계획을 갖고 관념을 바꿔나가는 ‘선순환구조’ 방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기업 관계자도 “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1~2개 강제 조항만 주면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렵다”면서 “가이드라인이 아주 자세하고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게 여러 안을 제시해줘서 긍정적으로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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