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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책' 빠진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시장 관심은 세제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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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상장사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나선다. 2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는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제고하는 방안을 한국거래소에 연 1회 등 주기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초안)을 내놨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한마디로 상장사의 ‘밸류업 종합보고서’다. 각종 공시에 산재해 있던 기업정보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 목차별 작성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이 벤치마킹한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과 달리 비(非)재무지표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지표 중 하나로 꼽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주자본비용(COE), 자기자본이익률(ROE) 같은 재무지표뿐이 아니다.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소까지 개선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예컨대 쪼개기 상장(모자회사 중복 상장),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회적 비판이 나오는 사안에 대해선 미리 주주들과 소통하라는 취지다.

투자자는 상장사의 밸류업 ‘목표설정’과 ‘계획수립’ 단계에 관심이 많다. 가이드라인은 기업들이 ‘ROE 3년 평균 10% 이상 달성’처럼 계량화된 수치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라고 권장한다. ‘계획수립’ 단계에선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과 배당, 비효율적 자산 처분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업의 목표 설정(예측정보)에 대해선 면책 제도를 적용한다. 상장사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더라도 예측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면 ‘불성실 공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등에 따라 목표의 변경이 필요할 때는 정정 공시를 통해 목표를 수정ㆍ보완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다. 상장사의 밸류업 공시 참여 여부는 물론 핵심지표 선정 등 작성 방법도 기업의 자율의사에 맡겼다. 대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인센티브(당근)가 기업의 참여를 이끌 유인책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당근’인 세제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주 환원하는 기업엔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제는 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확정되기까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세제 혜택과 국민연금의 지원사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시 가이드라인만으론 밸류업 동력을 얻기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시장이 기대하는 건 ‘공시 작성 설명서’가 아닌 기업이나 투자자를 끌어들일 확실한 유인책”이라며 “세제개편 등의 윤곽이 잡혀야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최종 의견 수렴을 거쳐 5월 중 확정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3분기 중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을 하고, 올해 말까지 해당 지수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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