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도' 대상 받은 91세 할머니, 알고보니 공모전 헌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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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석창우 화백이 새 이름 공개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 1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석창우 화백이 새 이름 공개 서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북부븍별자치도의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논란이다. 하루 만에 도민청원 코너에 반대 청원이 2만 8000건 올라온 가운데 이름 공모 대상을 받은 91세 대구 할머니와 동일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공모전에 다수 수상한 이력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 명칭 발표에 ‘반대’ 청원 2만8000명

경기도는 지난 1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은 ‘평화누리특별자치도’로 대구에 거주하는 91세 할머니 A씨가 제안했다. A씨에겐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는데 아들이 시상식에 참여해 대리 수상했다.

경기도는 ‘평화누리’라는 이름에 대해 “경기북부를 평화롭고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전날 경기도청 홈페이지 경기도민청원에 올라온 ‘평화누리자치도(경기북도 분도)를 반대한다’는 글에 2일 오후 3시 현재 2만7800여명이 동의했다.

남양주 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분도가 주민들 의견을 반영한 것이 맞는 것인가”라며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이름도 이념주의에 찌든 종북팔이 명칭이며 시대를 역행하고 있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풍자 당할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비판했다.

청원 글 작성 후 30일간 1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김동연 지사가 청원에 직접 답해야 하는 만큼 경기도도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공모전 대상을 받은 A씨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과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다수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도 화제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블라인드 게시판 등에는 네티즌들이 A씨 이름과 휴대전화 마지막 네 자리로 찾아낸 수상 이력이 줄지어 올라왔다.

▶부산관광패스 영문 명칭 콘테스트(모바일 치킨교환권) ▶서부산 신평장림산업단지 명칭 공고(우수상) ▶한국산업인력공단 과정평가형 슬로건 공모전(대상) ▶광주광역시 북구 복합문화복지 커뮤니티센터 명칭 공모전(장려상) ▶42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슬로건 공모전(우수작) 김▶김포시 평생교육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입선) 등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공모전 헌터 리빙 레전드이시네” “91세 할머니 유퀴즈 한번 나와주세요”라는 반응부터 “91세 할머니가 인터넷으로 공모 신청을 할 수 있느냐” “공무원이 대리 응모한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을 적었다. 중앙일보는 경기도를 통해 A씨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A씨 측은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경기도 “‘평화누리’ 응모한 100여명 중 가장 빨라…문제없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시상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 1일 오후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시상하고 있다. 경기도

논란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공모 과정에는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새 이름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404만 6762명이 5만 2435건의 새 이름을 제안했다. 이후 홍보, 네이밍, 역사학자, 관련 전문가 등의 3차례 심사를 거쳐 10개 최종 후보작을 선정했고, 대국민 온라인 투표 결과와 심사위원 최종 심사를 합산해 대상 수상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일한 명칭이 많이 접수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청·접수한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하겠다고 사전 공지했다”며 “‘평화누리’라는 이름도 100여건이 접수됐는데 그중 A씨가 가장 먼저 신청·접수해 대상 수상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새 이름 공모는 대국민 관심 확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최종 명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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