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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연구회 "'더내고 더받는' 연금개혁?…차라리 현 제도 유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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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오른쪽에서 두번째)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장과 이기일(가운데)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연금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상균(오른쪽에서 두번째)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장과 이기일(가운데)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연금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 과정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을 시민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온 것과 관련, 연금 전문가 단체가 "그냥 현 제도를 유지하라"고 주장했다. 연금개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지적하며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해 진실된 응답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2일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금연구회는 윤 위원을 비롯해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중시하는 학자들이 모인 단체다. 앞서 지난달 22일 공론화위는 숙의 과정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최종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인 56%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50%)을 택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논의 안(1인 적용시 어떻게 달라지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회 연금특위·예산정책처, 보건복지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논의 안(1인 적용시 어떻게 달라지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회 연금특위·예산정책처, 보건복지부]

이에 대해 연구회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재정안정론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숙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공론화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컨대 소득보장안이 재정안정안(보험료율 9%→12%, 소득대체율 40% 유지)에 비해 누적적자를 2700조원가량 증가시킨다는 정보가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이날 발표한 2차 입장문에서 “연금연구회는 지난 입장문을 통해 공론화위원회 활동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수의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이에 대해 공론화위가 직접 입장을 밝히고,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해 전문가들이 검증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연구회가 거론한 공론화 절차상 문제점은 ▶시민대표단 500명 선정과정에서 청년세대의 과소대표 ▶시민대표단 대상 학습 내용의 편파성 및 핵심 내용의 누락(오류 포함) ▶설문 문항의 부적절함 등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성지현 기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성지현 기자

연구회는 “애초에 왜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연구회는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면서도 결국 제도 자체가 지속 불가능할 수밖에 없음을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던 것이지만, (공론화) 결과는 오히려 미래 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자산가격의 상승과 호봉제 임금으로 이미 많은 것을 누려온 기득권 세대의 지갑을,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으로 한층 더 두툼하게 챙겨주자는 결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연금을 지속시키기 위해 연금개혁에 나섰음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현재 제출된 개혁안이 이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냥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연구회는 “연금개혁을 왜 하는지에 대한 애초의 고민은 온데간데 없어진 지금, 기금 고갈 시기를 고작 몇 년 늦춘 안을 ‘개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며 “새로운 연금개혁안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현 수준보다 반드시 줄여야 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최소 30년 정도 연장시켜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해 다양한 주장과 시각이 고루 반영되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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