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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제조기? BBC의 AI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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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인공지능(AI)도 거짓말을 한다. 유명인사 얼굴을 딥페이크 조작한 가짜 인터뷰 영상으로 허위 정보도 유포한다. 보이스피싱을 넘어, AI 생성한 지인 얼굴로 화상통화를 거는 페이스피싱까지 등장하다 보니, AI가 날조나 범죄의 수단이란 인식마저 생겼다. 하지만 무서워하고 외면할 수만은 없다. 영국 영화감독 제임스 하웨스 말을 빌리면 “램프의 지니(마법 요정)는 이미 램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가파른 속도로 진화하는 지니를 어떻게 잘 쓸지 고민하는 시간조차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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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영국에선 AI가 진실 보도에 도움이 된 사례가 나왔다. BBC 다큐멘터리 ‘홍콩의 자유를 향한 투쟁’(사진) 제작진이 취재에 응한 시위대의 신원보호를 위해 AI를 활용했다. 시위자와 같은 조건으로 대역 연기자를 촬영 후 생성형 AI를 두 달간 훈련해 시위자 영상에 대역 얼굴을 덧씌웠다. 그 결과, 시위자를 보호하되 진실을 말하는 강력한 AI 영상이 탄생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영국 영상산업의 AI 사용 현황 및 정부 규제 정책’ 보고서의 내용이다.

결국 AI도 사람 하기 나름이다. 유럽연합·미국 등도 잇따라 AI 규제책을 내놨다. 한국은 아직 ‘AI 기본법’조차 없다. 여야 정쟁 속에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못 넘고 계류 중이다. ‘AI 강대국 3위’에 들겠다는 우리 정부의 현주소다.

영국도 성문법은 준비 단계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 초 각 산업 분야에 AI 규제 원칙이 발표됐다. 저작권 존중, 인간 창의성 중시, 투명성, 다양성과 포용성, 정보 보호 등이다.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