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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세사기·보이스피싱 형량 올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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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사기 등 청년과 노약자를 노린 조직적 사기범죄에 대해 앞으로 일선 법원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30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지난달 29일) 전체 회의 결과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1년 만든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기준은 판사마다 형량이 들쭉날쭉하지 않도록 대법원이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현재는 살인·성범죄·사기 등 44개 주요 범죄에 대해서만 양형기준을 두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번에 사기의 양형기준을 수정하는 이유에 대해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사기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며 “13년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학대, 지하철 추행 범죄도 양형기준 신설키로

현재 조직적 사기의 양형기준은 이득 금액에 따라 ▶1억원 미만 기본 1년6개월~3년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2~5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4~7년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6~9년 ▶300억원 이상 8~13년이다. 이 액수대로 양형기준을 설정한 2011년 대비 지난해의 누적 물가상승률은 24.2%다. 폰지사기범(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범)에게 150년형을 선고한 미국 사례와 비교해 너그러운 한국 사법부의 양형은 한탕을 노리는 사기범에게 유인이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기범죄 중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 보험 사기는 지금껏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다. 보험 사기는 양형기준이 따로 없는 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건으로, 2018~2022년 재판에 넘겨진 사건만 6209건이다. 이번에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오는 9월에 수정안을 확정하며, 이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양형위원회는 또 다음 달에는 동물학대범죄와 성범죄의 양형기준도 논의한다. 동물학대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 양형기준을 신설하며, 성범죄는 지하철 등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등 기존에 양형기준이 없던 세부 범죄의 기준을 만든다. 동물학대범죄와 성범죄의 양형기준도 같은 논의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사기범죄와 함께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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