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요청” 與 후보 원내대표 경선 연기…'이철규 대세론' 무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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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다음달 3일로 예정했던 원내대표 경선을 같은 달 9일로 엿새 연기했다. 후보 등록 하루 전인 30일까지 출마 선언이 전무한 데다, 이른바 ‘이철규 대세론’에 대한 여권 내 논쟁이 커지자 시간을 두고 후보군을 다시 추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경선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지난 29일 당선자총회에서 후보의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또한 초선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같은 요청이 다수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내달 2일 선거일을 공고한 뒤, 같은 달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후보자 접수를 진행한다.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부터 선거일까지 닷새간이다.

선관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연기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더 갖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나갈까 말까 갈등하는 후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9일이 마지노선이다. 또 (후보가) 안 나올 수도 있으니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규 대세론’ 논란이 경선 일정 조정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는 “억측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원내대표 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4선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3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은 28일과 30일 각각 불출마를 선언했다. ‘어이원’(어차피 이철규가 원내대표) 당사자로 지목되는 이철규 의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앞에 제22대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선거일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앞에 제22대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선거일 공고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갑작스런 경선 연기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이철규 대세론’ 논쟁에 당 지도부가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 연기가 사실상 이 의원의 출마 포기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던 이 의원은 2주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해 대통령실 창구 역할을 도맡으며 당내 실세로 통했다. 공천관리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비례 공천을 두고 당내 친한계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4·10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원내 사령탑을 노리는 게 적절하냐를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특히 여당 내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권의 최대 스피커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사람이 그리 없나.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되겠나”라고 이 의원의 출마를 정면 비난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도 SNS에서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당선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천이 한창일 때 ‘모든 길은 (이철)규로 통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이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친윤계 출신 일부 의원들마저 이철규 대세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 경선 연기의 ‘트리거’가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때 ‘신(新)윤핵관’으로 불렸던 배현진 의원은 이날 “(이 의원이) 후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접지 않으시기에 부득이 공개로 의견을 밝힌다. 정치는 결과 책임의 장이다.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도 경선 연기 직후 “내 주장대로 선거일이 연기됐다. 중진 의원들 중 더 많은 후보가 나와 당을 살리는 방안에 관해 뜨거운 논쟁을 기대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다만, 친윤계 전체가 이 의원을 비토하는 것은 아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고 하면 당과 국가를 위해 본인이 희생한다는 자세로 맡는 것이지 영광의 자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옹호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도 본지와 통화에서 “이 의원의 고심이 깊지 않겠나. 내일쯤에는 입장 표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의원 외에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중진 의원으로는 4선 이종배(충북 충주), 3선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 등이 꼽힌다. 4선 박대출(경남 진주), 3선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도 언제든 출사표를 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내 민주주의의 상징인 원내대표 경선을 이렇게까지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를 처음 본다”며 “친윤 의원이 또 원내대표가 된다면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이라는 의미는 완전히 퇴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본인이 차기 전당대회 개최 연기를 요청했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슷한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당선인은 통화에서 “아직 한 위원장이 출마를 고려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도 “전당대회까지 두 달 남짓 남았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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