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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처벌 강화"…대법원, 13년만 사기 양형기준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31차 양형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31차 양형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처럼 청년과 노약자 등 다수의 서민을 노린 민생 사기 조직범죄에 대해 앞으로 일선 법원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9일 전체 회의 결과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에 나서기로 했다. 사기범죄 양형기준은 2011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수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형기준은 판사마다 형량이 너무 들쭉날쭉하지 않도록 대법원이 제시하는 참조 기준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설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는 살인·성범죄·사기 등 44개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시행 중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번에 사기 양형기준을 수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세 사기나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 등으로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며 “13년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범죄양상이나 국민 인식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적 사기란 ‘사기단’이 저지르는 전문 사기를 말한다.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움직인다. 전세사기단·보이스피싱 조직·사기도박단 등 처음부터 사기 범행을 목적으로 모인 ‘꾼’들이 교묘한 수법 개발을 통해 많은 피해자에게 큰 금액의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 25일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5일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재 조직적 사기에 대한 양형기준은 이득 금액이 1억원 미만일 경우 기본 1년 6개월~3년,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의 경우 2~5년,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경우 4~7년,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경우 6~9년, 300억원 이상의 경우 8~13년이다. 이 같은 금액에 따른 형량 설정은 13년 전에 설정한 것인데, 2011년 대비 지난해 누적 물가상승률은 24.2%다. 다단계 돌려막기식 폰지 사기범에게 150년형을 선고한 미국 사례와 비교해 사기범에 유독 너그러운 사법부의 양형이 한탕을 노리는 범죄자들에게 유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사기 범죄 중 보이스피싱 사기, 보험 사기에 대해선 지금까지 따로 기준은 없었는데 앞으로는 별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기 범죄 양형기준 내에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기의 경우 지난해 11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서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5배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상향된 점을 반영하기로 했다. 기존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였다.

보험 사기는 2018년~2022년 재판에 넘겨진 사건 6209건에 이르는 등 양형기준이 따로 없는 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날 회의는 수정 방향을 잡은 것으로 수정안 확정은 9월에 이뤄진다. 이후 의견수렴절차를 진행해 내년 3월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양형위원회는 다음 달에는 동물학대범죄 양형기준 신설,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 계획을 논의하는데 이 역시 논의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함께 최종 의결한다. 특히 동물학대는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진 점을 고려해 양형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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