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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플라자합의 때와 다르다…한국에 득 없는 수퍼엔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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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에디터 노트.

에디터 노트.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은 팔을 걷어붙이고 일본 경제 누르기에 나섰습니다. 영국·프랑스·서독까지 끌어들여 일본을 압박한 합의였습니다. 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기 때문에 딱히 반론도 못 하고 엔화가치 평가절상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미 달러화 대비 260엔 안팎이었던 엔화 가치는 최고 80엔까지 급상승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이때부터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파로 수출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그로부터 39년이 흘러간 지금 엔화는 다시 역대급으로 값이 내려갔습니다. 한국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엔화는 어제 외환시장에서 장중 160엔까지 하락하며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의 엔저(低)를 기록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엔화 약세는 한국 기업에 플러스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엔저는 수출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엔화 약세는 오히려 외환시장의 불안을 일으켜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우기에 십상입니다.

이런 불안의 근원은 미국의 경기 상황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하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가 5.5%에 이릅니다. 엔화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입니다. 원화 환율은 미·일 환율에 따라 정해집니다. 최근 원화값이 외환위기 급인 1380원까지 떨어진 배경입니다. 일본 경제가 종전처럼 강하지도 않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해소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한국 기업이 믿을 건 제품 경쟁력 강화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환율 불안에 견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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