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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당 관리 도와주는 인슐린 펌프, 체계적 교육으로 위험성 낮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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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권선미 기자의 월요藥담회

1형 당뇨환자에 제품 지원 늘었지만
잘못 쓰면 위험, 의료진 교육 필수적

1형 당뇨병은 자가 면역적 요인으로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도 부른다.

올해 초 충남 태안 일가족 비극을 계기로 1형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에서도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 등 혈당 관리 제품의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조기 시행했다.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인 1형 당뇨병 환자 특성을 고려해 저혈당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인슐린 펌프 등 혈당 관리 제품의 본인 부담률을 기존 30%에서 10%로 낮춘 것이 핵심이다. 연속혈당 측정기와 연동한 인슐린 펌프는 혈당 변동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면서 혈당이 치료 목표 범위 내에 있는 시간을 늘려준다.

의료 현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 것만으로는 인슐린 펌프 치료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인슐린 펌프의 실질적 접근성이 낮아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인 1형 당뇨병 환자조차 인슐린 펌프로 치료하는 비율이 5%가 채 안 된다. 미국 등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의 50%가 인슐린 펌프로 치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인슐린 펌프는 사소한 투여 실수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4등급 의료 기기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슐린 펌프 같은 혈당 관리 제품이 요양비로 분류돼 병원 밖에서 구입·관리·사용되고 있다. 환자가 직접 제품을 구입한 다음에 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환급 신청해 받는다.

인슐린 펌프는 몸에 달아 놓는다고 저절로 혈당이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인슐린 펌프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등 소모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목표 혈당은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신체 컨디션에 따른 세팅 값은 어떻게 바꿔야 할지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혈당 관리 효과를 입증한 인슐린 펌프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지속적 개입·교육이 필요하다. 병원 내 교육이 가능하도록 요양급여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체계적 인슐린 펌프 교육을 위한 합리적인 수가 행위에 대한 검토도 절실하다. 인슐린 펌프는 1형 당뇨병 환자의 제품 사용 숙련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인슐린 펌프 교육을 받으면 연속 혈당 측정으로 평가한 목표 범위 내 시간이 교육 전 46.9%에서 교육 후 71.9%로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는 연속혈당 측정기 교육·관리에 대한 수가만 존재한다. 인슐린 펌프 사용·관리법 교육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없어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인슐린 펌프 관련 교육 수가에 대해 정부에서 70%를 보조해 준다.

안정적 혈당 조절 효과를 입증한 인슐린 펌프의 진정한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는 체계적 교육을 위한 급여 체계 변경, 교육 수가 지원 등이 동반돼야 한다. 이와 함께 1형 당뇨병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성인 환자에 대한 인슐린 펌프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당뇨병 합병증 발생을 줄여 의료비 지출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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